
한 달 새 최대 40% 가까이 하락하던 미국의 원전주들이 일제히 반등했다. 미국 재무장관이 “핵 에너지에 큰 투자를 할 것”이라고 밝히자, 하루 만에 10%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 2기의 에너지 로드맵의 핵심이 원자력이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제시되면서 국내 원전주 투심도 다시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폭스앤드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핵에너지에 큰 투자를 할 것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에 한동안 내림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미국의 원전주들이 하루 만에 일제히 급상승했다. 지난 한 달 동안 30% 가깝게 하락하던 소형원자로(SMR) 기업 뉴스케일파워(티커: SMR)는 이날 12% 가까이 올라섰다. 마찬가지로 한달 동안 38% 넘게 마이너스를 기록한 오클로(OKLO)도 5.24% 올랐다.
우라늄 채굴 기업인 우라늄에너지(UEC)와 미국독립발전사업자 비스트라에너지(VST) 등도 각각 6.7% 2.4% 상승했다.
원전주들은 지난 1월 말 중국의 딥시크 인공지능(AI) 등장 이후 맥을 추지 못했다. 새로운 AI 모델이 기존 AI 기술보다 에너지 소비가 낮을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에너지 생산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이와 함께 원자력 에너지 섹터에 급격한 매도세가 일어났다.
농축 우라늄 선물 가격도 2월 초 72달러를 기록한 이래 현재 이날 기준 64달러까지 내려앉으며 10% 하락했다.
그러나 미국이 에너지 문제를 안보 문제로 인식한다는 점이 재차 비춰지면서 관세 전쟁 등 상황에서 새로운 모멘텀이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센트 재무장관은 “미국은 에너지의 주요 수출국이 될 것”이라며 “그러면 세계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미 2023~2024년까지 2년에 걸쳐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유럽 등 동맹국에 LNG 수출을 늘리면 러시아 등 적대국으로부터 에너지 의존도가 줄게 된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공급원이 다양화된다는 측면에서 에너지 안보가 개선될 수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천연가스가 무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유럽이 경험했는데도,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미국은 불만이다. 에너지 공급이 다양화돼야 에너지 가격이 내려앉고, 인플레이션과 물가도 조절할 수 있다는 복안”이라고 설명했다.
1위 수출국이 된 LNG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조속한 SMR 가동으로 원전 주도권도 쥐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조에서 뉴스케일파워의 지난해 4분기의 컨센서스를 압도하는 실적은 반가운 일로 여겨진다.
뉴스케일파워는 지난해 4분기 매출이 342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460만달러) 대비 643%나 파이를 키웠다. 특히 운영 비용은 43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줄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편, 미국 원전주 투심 회복과 함께 국내 원전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뉴스케일파워와 12기의 SMR 모듈 단조품을 생산 중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주가가 5.49% 상승해 2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전 기자재를 만드는 비에이치아이(8.87%), 우리기술(3.72%) 도 오름세였다.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해 최근 원전주로 묶이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도 이날 6.58%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