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식형 펀드의 명가로 손꼽히는 타임폴리오가 첫 경영권 인수 거래로 인수합병(M&A)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쏜다. 17년 전 투자자문사로 출발해 헤지펀드,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 넓히는 사업 영역 마다 큰 성공을 거둬온 타임폴리오가 바이아웃(Buy Out) 사모펀드(PEF) 분야로 다시 한번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자회사인 타임폴리오캐피탈은 국내 밸브 포지셔너 제조사 티씬 지분 100%를 기존 개인 주주들로부터 약 11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타임폴리오캐피탈은 이번 인수를 위해 12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복수의 국내 금융사들이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면서 최근 자금 조달이 막바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르면 다음달 중 모든 절차가 종결될 전망이다.
타임폴리오는 티씬의 미래 가치가 높다고 보고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안선호 대표 등과 상당 기간 인수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거래는 매각·인수 자문사 없이 타임폴리오가 직접 주도했다. 타임폴리오가 티씬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2022년 타임폴리오캐피탈 설립 후 단독으로 진행하는 첫 M&A가 될 전망이다.
2015년 설립된 티씬은 컨트롤밸브용 포지셔너와 제어기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 장치는 석유화학, 발전, 수처리 등 각종 플랜트에 쓰인다. 현재 티씬의 제품들은 전세계 30여개국에 수출된다. 지난해 회사는 매출 273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을 내는 등 매년 꾸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타임폴리오는 이번에 조성하는 펀드를 통해 지분 전체를 대출 없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추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발판도 다져놨다. 만약 타임폴리오가 이 회사의 가치를 더 키우게 되면 향후 자본재조정(리캡) 등을 통해 기존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타임폴리오는 2006년 황성환 대표가 창업, 2008년 금융당국에 투자자문업·일임업을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가 사모펀드를 육성하기 위해 도입한 전문사모집합투자업 제도를 활용해 2016년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했다. 롱숏, 메자닌, 이벤트 드리븐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한 타임폴리오의 헤지펀드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이 때부터 주식형 펀드 명가로 자리잡았다.
실력을 입증한 타임폴리오는 2019년 공모펀드를 출시하며 펀딩 대상을 기존 기관, 고액자산가에서 일반투자자로 확대했다. 2021년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놔 종합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했다. 타임폴리오의 ETF 순자산은 올 초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올 3월 말 기준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국내 운용자산만 3조 7564억 원으로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운용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타임폴리오는 100% 자회사 타임폴리오캐피탈을 2022년 설립하고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주로 활용해 벤처기업 투자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엔 타임폴리오운용 내부에 있던 PE본부를 타임폴리오캐피탈로 넘기면서 본격적인 PEF 사업 준비에 돌입했다. PE본부를 이끌던 김광수 본부장이 직접 타임폴리오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아 이번 인수 건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