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함부로 파는 게 아니다

2024-07-04

김문기 편집국 부국장 겸 서귀포지사장

땅은 함부로 파는 게 아닌가 보다.

토지를 현금화하는 순간, 그 돈은 언젠가 다 쓰고 없어질 운명에 놓이지만 땅은 당장은 쓸모없어 보여도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렵더라도 돈을 모아 그 땅에 집을 지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건물을 지어 가게를 운영하거나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수 있다. 놀리고 있는 땅도 언젠가는 쓸모가 있다.

살다 보면 땅을 판 후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이야기다.

당시 현봉식 (재)서귀포시교육발전기금 이사장이 서귀포시 주재 기자로 있는 필자를 찾아와 “제주도가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 인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소유 토지에 서귀포의료원 부설 요양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서귀포시민이면 누구라도 화가 날 만 했다.

현 이사장은 “서귀포의료원을 중심으로 서귀포고등학교, 서귀중앙여자중학교 일대 대부분 토지가 1960년대 토지주들이 서귀포시민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에 따라 무상 또는 헐값에 국가에 내놓은 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당시 제주대학교 이농학부와 수산학부가 이전해 운영됐는데 오래지 않아 철수하면서 교육타운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던 서귀포시민들의 마음에 큰 생채기를 냈다”고 했다.

요양병원이 아니라 당초 약속대로 교육 관련 시설이 다시 들어서야 맞다는 것이다.

공공 요양병원 건립이 계획된 땅(서홍동 1535-5, 면적 3915㎡)은 지금으로부터 60여 년 전 제주대가 추진한 서귀포캠퍼스 조성 계획에 화답해 주민들이 국가에 내놓은 땅 중 하나다.

제주대에서 관리하던 이 토지는 필자가 현 이사장과 만나기 2년 전인 2017년 소유권이 교육부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로 넘어갔다.

제주대가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추진 중인 산학융합지구 조성 사업 터를 확보하기 위해 이 땅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JDC 소유 토지를 맞교환한 것이다.

현 이사장은 “주민들이 내놓은 땅이 JDC로 넘어간 것도 문제지만 이곳에 교육용 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을 짓는 것은 서귀포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제주대가 JDC에 넘긴 토지와 맞닿은 땅을 활용해 서귀포캠퍼스를 구축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 수행 기간이 150일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 5월 28일 계약이 체결된 용역 결과는 오는 10월 중 나온다.

제주대가 1964년부터 이농학부와 수산학부를 둔 서귀포캠퍼스를 운영하다 1979년 12월 두 학부를 아라캠퍼스로 옮긴 이후 또다시 서귀포캠퍼스 조성 계획에 나섰다.

제주대는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서귀포의료원 일대 토지 23만7600㎡를 확보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땅은 자투리땅을 포함해 7필지 2만2297㎡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땅들은 서귀포의료원에서 동홍로를 연결하는 ‘장수로’를 기준으로 해 남북으로 갈려있다. 면적을 보면 길 북쪽으로 1만1592㎡, 남쪽으로 1만705㎡다.

용역 결과가 나오면 알 수 있겠지만 현장을 둘러본 사람이라면 일정 규모를 갖춘 대학 캠퍼스를 조성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용역진은 주변이 주택가로 조성돼 있고 장례식장도 2개소 운영되는 데다 도로 폭도 여유롭지 않은 점도 감안하겠지만 문제는 토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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