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세이] 인연을 생각한다

2025-09-04

바람이 공기의 이동이듯 인연은 삶 속의 동행 같은 것 아닐까. 잘 살아가는 방법은, 선한 삶을 꿈꾸며 때로는 살아온 과거를 즐기는 데 있다. 영국의 새무얼 존슨은 ‘글쓰기의 유일한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삶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또 삶을 더 잘 견디어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책 속에서의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것 또한 인연이겠지 싶어 하는 말이다.

나이 숫자가 높아 가면 병원에 가는 날도 기다려진다. 생사가 걸린 중병이 아니고 나이 따라 가볍게 겪는 질환으로서 진찰받고 약 지어오는 날의 병원 길은 자기 관리에 충실한 양 병원으로 향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서신 내과 J 의사와 만나게 됨은, 내 어머니와 의사 아버지와의 인연에 따름이다. 일찍이 의사 아버지 J 선생님은 교육대학을 졸업하시고 회문산 근처 초등학교로 초임 발령을 받았다. 어렵게 부임지에 도착해 보니 식당도 하숙집도 전무했다.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머물 곳을 물어보니 나의 아버지 존함을 알려주며 옆 동네 그 집으로 가서 사정해 보면 식구처럼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 말씀이 인연의 씨앗이 되었다.

J 선생님은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어머니의 선한 결심으로 따지지 않고 식사하며 함께 지내시게 되었다. 그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세월이 물레방아 돌 듯 돌아서 선생님이 사시는 도시로 나와 서해방송에 근무하게 되었다, 따라서 선생님은 나를 귀하게 대해주시며 반세기 동안 사랑을 베풀어주시었다. 덕분에 나는 선생님 큰 따님인 서신내과 원장에게 건강 문제를 맡기고, 내과가 아닌 병은 증세에 따라 원장이 소개해준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아 몸을 다스리며 살아가고 있다.

J 선생님과의 인연을 생각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깊고도 먼 앞날의 사랑 앞에 가슴을 조아리게 된다. 종교 이상의 어떤 힘을 느끼면서 가끔은 어머니의 희생 앞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머니는 하나뿐인 아들 장래를 내다보시고, 산중에 오시어 고생하는 선생님에게 인간적인 대접을 하다 보면 ‘내 아들이 커서 저 선생님의 도움과 사랑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저녁 가리지 않고 성심을 다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나는 이제와 헤아리면서 눈물 속에 ‘인연의 끈’을 생각하고 있다. 이어서 어머님께서 독백처럼 들려주시던 그 말씀, ‘어느 구름에서 비 올지 모른다. 사람 박대하지 말고 척(隻) 짖지 말거라.’라는 이 말씀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어머니는 어떤 학교의 졸업장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를 위해 평생 희생하셨다. 때문에 내가 죽는다 해도 오로지 자랑스러운 내 어머니일 뿐이다.

얼마 전 일이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가까이 지냈던 내 친구 제자라는 H 군이 수필집을 보내왔다. 그의 고등학교 선생님이 소개해서 책을 드린다는 메시지와 함께. 프로필을 보니 서울 일류대학을 나와 이름 높은 기업에서 정년을 하고 지금은 경기도에서 작가 생활을 하면서 『향기로운 삶』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이런 사연을 염두에 두고 몇 편의 수필을 읽어보았다. 수필집은 『계절을 건너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는 ‘마음의 계절’을 말하는 것 같았다. 참새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있었다. ‘중국의 마오쩌둥(모택동)은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는 것을 보고 ‘저 새는 해로운 새다.’라고 말한 이후, 대대적인 소탕작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곡식을 먹어치우는 참새가 없어졌으니, 곡식 수확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던 결과는 정반대였다. 참새가 사라지자 그들의 먹이였던 메뚜기를 비롯한 해충이 창궐하면서 농사를 초토화시켰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 후 한 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다음 날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볼일이 있어 온다면서 꼭 만나고 싶으니 마음에 드시는 점심 장소를 생각해 두라는 것이었다. 그날 한 군 부부와 내 제자 한 명으로서 네 명이 만났다. 시원한 장소에서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점심도 맛있게 먹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아닌 것 같이 나는 유머도 하며 부드러운 분위기를 생각했다, 그리고 한 군의 스승인 내 친구의 제자인 만큼 친구의 덕담도 나누고 ‘인연 ⍆ 인연’의 관계 속에 나는 그에게 나의 수필집을 선물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이테에 새로운 인생을 더해간다는 것, 문학의 길을 가는 선배로서 ‘적당히 겸손한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를 생각했다. 그리고 내게 있어 선한 인연이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바람일까, 사랑(희생)일까, 지혜의 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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