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자들만 내는 줄 알았는데”…10년 제자리 과세기준에 중산층으로 번진 금소세

2025-02-02

고금리·주식배당 증가 영향

2023년 기준 33만명으로 늘어

과세기준은 10년전 그대로

‘부자세’ 옛말, 중산층도 부담

“과표 올려 부작용 줄여야”

배당이나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이 넘어 소위 ‘부자세’로 불리는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부과 대상이 된 투자자가 2023년 기준 33만명을 넘어섰다. 5년 만에 2배 넘게 급증한 숫자다.

고금리와 금융 투자 활성화로 국민들의 금융소득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소세 적용 기준은 10년 넘게 요지부동이라 중산층의 자산 형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투자 활성화와 계층 사다리 복원을 위해선 과세 기준을 상향하거나 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금소세 대상자는 33만6246명으로 전년(19만1501명)보다 75% 넘게 급증했다.

금소세는 한 해 배당·이자소득의 합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 최대 49.5%를 세금으로 내는 제도다. 자산가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걷겠다는 목적으로 1996년 도입된 ‘부자세’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금소세 대상자는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 국면과 맞물리며 최근 2~3년 새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 2019년 15만9440명, 2022년 19만1501명으로 4년간 4만명이 채 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 33만명을 돌파해 5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자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해 금융소득 역시 크게 뛴 것이다. 2022년 금소세 대상자가 신고한 이자소득은 4조920억원이었지만 2023년엔 10조7537억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올해 5월께 집계될 지난해 금소세 대상자 수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여전히 높은 금리에 더해 개미 투자자들의 배당주 열풍이 계속되며 투자소득이 더욱 커지고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의 국내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상장 기업들의 배당성향도 더욱 강해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2조2265억원으로 2022년 말(1222억원)보다 18배 이상 증가한 상황이다.

이처럼 일반인들이 근로소득 외 투자를 통해 버는 가욋돈이 늘어나고 있지만 금소세 과세 대상인 ‘연 2000만원 초과’ 기준은 10년 넘게 동결되고 있다. 금융소득 기준은 1996년 도입 당시 부부 합산 4000만원 초과였다가 2003년 개인 기준 4000만원으로 상향됐다. 그러나 2013년 개인 기준 2000만원으로 되레 반 토막 난 뒤 줄곧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요지부동인 과세 기준으로 대상자가 늘어나며 ‘부자세’의 과세 범위가 중산층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6년 1219만원이었던 1인당 국민총소득(GNI)는 2023년 4235만원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즉 부자를 겨냥한 도입 목적과 달리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중산층도 50%에 가까운 세율을 적용받게 된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매년 새로 편입되는 금소세 대상자는 2019~2022년 8만~9만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19만3165명으로 늘었다. 이러다 보니 근로소득이 사라진 노년층과 젊은 ‘파이어족’을 중심으로 금소세를 피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상품이 중산층의 주요 소득원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금소세 기준에 손질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금소세 도입이 30년 전에 이뤄졌음에도 현재 기준이 너무 낮아 부작용을 큰 것을 감안하면 종합적인 상향이 검토돼야 한다”면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투자 활성화와 중산층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배당 등 금융소득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증시가 발달된 미국은 배당소득세가 규모와 관계없이 15%로 분리과세된다. 영국과 홍콩은 배당소득세가 없고, 일본도 투자자에게 유리한 세제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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