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정 헌법’ 개정…“한국 기본법 ‘식량위기’ 대응력 제고해야”

2024-09-14

일본 ‘농정 헌법’으로 통하는 ‘식료·농업·농촌기본법(농업기본법)’이 최근 25년 만에 대폭 개정됐다. 평상시와 유사시 식량안보를 강화하고 특히 농촌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원활한 식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책 방향성을 설정한 게 골자다. 식량위기 시대에 우리도 비슷한 성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 등의 손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2월 일본 국회를 통과한 바뀐 ‘농업기본법’이 지난 6월5일 공포·시행됐다. 1999년 7월 제정된 ‘농업기본법’은 일본 농정의 기본이념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농정 헌법’으로 불린다.

일본은 ‘농업기본법’상의 이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최근까지 5회에 걸쳐 ‘식료·농업·농촌 기본계획’을 수립·추진해왔다. 하지만 식량위기와 인구 감소, 농촌 축소 등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2022년 9월 일본 내각총리대신은 식량안보 강화와 농림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농업기본법’ 개정을 검토할 것을 농림수산성에 지시했다.

최근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일본의 농촌 위기 대응을 위한 농업기본법 개정’ 보고서에 따르면, 바뀐 법은 ▲식량 안전보장 강화 ▲농업인 및 농촌인구 감소에 대한 대응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환경친화적 농업 활성화 ▲국내시장 축소 대응 등을 향후 20년간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보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우선 평상시와 유사시 식량안보를 강화했다. 바뀐 법은 유사시를 ‘흉작이나 수입 감소 등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국내의 식량 공급이 부족해 국민생활의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비축 식량 공급과 수입 확대 등 유사시 국가 조치를 명시했다. 평상시에도 식량안보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계획에 상시적 식량의 원활한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인구 감소 추세에도 안정적 농업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농업인과 법인의 농지 확보를 촉진하고, 농지의 규모화·집단화를 도모할 것을 규정했다. 농업법인 경영 기반 강화와 함께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농업 생산·가공·유통도 강화하도록 했다.

농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 농업과 농업 이외 산업의 연계를 강화해 관계인구를 늘리도록 했다. 또 식량·농업·농촌 관련 단체의 활동을 촉진하고 농지 보전을 위한 공동 활동도 강화할 것을 규정했다.

그동안 식량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했다는 문제의식도 담겼다. 바뀐 법은 식품공급 시스템 전반에 걸친 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식량비용을 합리적으로 산정하는 체계를 마련하도록 했다. 아울러 환경 부담 완화를 위한 농업을 촉진하도록 명시했다.

보고서는 “우리도 ‘농업식품기본법’에 기초한 식량시스템 전반의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식량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 계획, 계획 실행 과정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는 “일본에선 ‘농업기본법’ 개정 이후 ‘식량공급 곤란사태대책법’ 제정, ‘농업생산성 향상 스마트 농업기술 법률’ 제정, ‘지속가능 식량시스템 확보를 위한 합리적 가격형성’ 법제화 검토 등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런 입법 동향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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