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日 최대 TV 매장 "제일 잘나가는 제품? 중국산이죠"

2025-02-10

중국산 가전의 시장 진출 '파죽지세'에 日 TV 시장 '백기'

日 파나소닉 TV 철수설 배경엔 중국산의 공습이 떡하니

현지 최대 가전 매장 방문하니, TV는 완벽하게 中이 장악

韓도 위기감..."삼성·LG, 소니·파나소닉과 어떻게 다를까"

"제일 잘나가는 제품은 REGZA. 그 다음으론 소니가 좀 나가죠. 파나소닉은 손님들이 거의 찾지 않는 분위기에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중국 가전 업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일본 파나소닉은 중국 업체에 밀려 자국 시장에서조차 자리를 빼앗겼다. 심지어 파나소닉이 'TV 사업 철수'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우려는 일본 시장을 넘어 한국 기업들의 위기감까지 고조하고 있다. 손실을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저가형 양산이 끝내 시장을 삼키는 모습이다.

실제 일본 현지를 장악한 업체는 과연 어디일까. 현지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8일 도쿄 긴자에 위치한 빅카메라(BicCamera) 유라쿠초점을 찾았다. 이곳은 전자제품 매니아들에겐 천국으로 꼽힐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갖춘 곳이다. 1층 각종 소형 가전과 모바일 지나 2층 TV 코너로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사이즈와 가격, 브랜드를 지닌 TV들이 대거 진열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워낙 대규모 매장이라 정확히 어디가 '메인'인지를 한 눈에 찾기 어려웠지만, 몇 바퀴 둘러보다보니 알 수 있는 점은 최소한 매장의 과반 면적 이상을 차지한 것은 중국 업체라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눈에 띄는 브랜드는 레그자(REGZA)와 TCL, 하이센스 등. 이들 제품은 압도적인 사이즈 및 제품 전시 대수를 자랑했다. 아울러 가성비로 유명한 샤오미, 그외 일본 제품인 소니와 파나소닉, 한국 기업으로는 LG 제품이 진열돼있었다.

해당 매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브랜드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단번에 '레그자(REGZA)'를 꼽았다. 레그자는 원래 도시바의 브랜드였으나 지난 2018년 중국 하이센스가 이를 인수한 상태다. 매장 관계자는 "레그자 뒤로는 소니와 TCL이 비슷한 수준으로 팔리고 있고, 매장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파나소닉은 최근 팔리지 않는 분위기이고, LG제품의 경우 프리미엄 라인을 찾는 손님들이 아주 간혹 사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도쿄 시내 최대 전자 거리 아키하바라에 있는 빅카메라 아키바점을 방문했을 당시도 TV 매장의 주류는 중국 제품이었다. 당시 아키바점 매장 관계자는 "매장에서는 소니, 샤프 등 기존 일본 브랜드로 알려져있는 브랜드에 대한 문의가 많긴 하지만, 가성비로 입소문을 탄 하이센스가 상당히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의 상당수가 미니LED를 기반으로 가격 정책이 유연한 탓이다.

현재 일본 내수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점령한 상태다. 시장조사 업체 BCN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내 TV 시장 점유율은 중국 하이센스(자체 하이센스 브랜드 및 레그자 합산)는 41.1%의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샤프(20.6%), TCL(9.7%), 소니(9.6%), 파나소닉(8.8%) 등이 뒤를 이었다. 샤프가 현재 대만 폭스콘의 브랜드라는 점과 TCL이 중국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내수 시장 TV의 51% 상당은 중국산이, 일본 브랜드는 19%를 밑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상황에서 파나소닉이 TV 사업을 철수하거나 외국 기업에 매각할 경우 일본 기업의 TV는 유일하게 소니만 남게 된다.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약 20년간 글로벌 시장 1등 강자를 유지했던 일본 TV 산업의 몰락이다. 일본 뒤를 이어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LCD(액정표시장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중화가 열렸고 그로부터 다시 20여년이 흐른 오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2위에 TCL이 올라서있다.

현재 일본 시장에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 진출해있는 LG전자의 경우 아직 지위는 미미하나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일본 시장 OLED TV 출하량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장이 대표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한국 내수 및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나, 턱밑에 TCL과 하이센스가 따라붙으면서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파나소닉 철수 검토가 사실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면서 "한국에서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위와 관련해서도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매출 기준)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각각 28.71%, 16.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TCL과 하이센스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2.26%, 9.75%로 나란히 3, 4위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삼성과 LG는 어떻게 일본 전철을 밟지 않고 중국산을 따돌릴 수 있을까. 업계가 선택한 것은 바로 소프트웨어 차별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TV 내에 AI 기능과 음향·화질 관련 프로세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각각 타이젠과 웹OS로 분류되는 기기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통해 기술 주도권을 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의 TV 관련 서비스 매출은 지난 2021년 기준 1조를 처음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업체의 TV 서비스 매출은 더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FAST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각각 타이젠 OS 기반의 '삼성 TV 플러스'를, 웹OS 기반의 'LG 채널'을 글로벌 국가에 제공 중이다. 자사 제품이 아닌 타사 제품에도 이를 탑재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경쟁력을 확장해 수익을 방어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은 전략은 과거 하드웨어만으로 경쟁하다 밀려났던 일본 TV 산업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 일본과는 다른 전략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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