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금주법’ 시행한 사우디, 관련 규제 해제 움직임···관광 산업 확대 이어질까

2025-12-07

이슬람 율법에 따라 70년 이상 주류 판매를 금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관련 규제가 완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의 주류 판매점에서 이른바 ‘프리미엄 레지던시’ 비자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에게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레지던시는 정부 소유 기관이나 의료 등 전문 분야에서 일하는 일부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비자다.

지난해 리야드 외교 구역에서는 비무슬림 외교 공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주류 판매점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최근 사우디에서는 이 주류 판매점에서 외교관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레지던시 비자를 가진 외국인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NYT는 정부의 허가 아래 해당 판매점이 외국인에게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고객들은 정부가 발급한 신분증 번호와 연동된 월별 할당량에 따라 매장에서 주류를 구매할 수 있었다. 또한 매장 출입을 위해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앱은 사우디 당국에서 개발한 것이었다.

사우디 당국은 리야드에 이어 제다와 다란 등의 도시에 주류 판매점을 추가로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러한 정책 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주류 판매점의 위치가 온라인 지도에 표시되지 않아 GPS 위치를 공유해야 하는 등 당국은 아직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중이다. 사우디 정치 전문가 앤드류 레버는 “이는 사우디 당국이 여러 사회 정책에 접근하는 방식”이라며 “대대적인 발표 없이 점진적인 변화를 허용하고, 언젠가 정책을 중단하거나 철회할 경우를 대비해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국가 개방과 경제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인 ‘비전 2030’에 따라 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여러 분야에서 규제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2018년 여성 운전 금지 조치를 해제하고 공공장소에서의 엄격한 성별 분리 조치 등을 완화했다. 주류 관련 규제 완화도 이에 따른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1950년대에 공식적으로 음주와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당시 만취한 사우디 왕자 중 한 명이 영국 외교관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이후 금주법이 공식적으로 제정됐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은 무슬림에게 술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사우디 정부가 주류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는 관광객 유입을 확대하고 세수를 증대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몇 년 내에 사우디가 재정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는 중이다. 사우디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2034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관광 산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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