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이 우리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관련 법률도 우리 일상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에서 김부장은 소위 분양사기를 당한다. 퇴직금 전부에 대출까지 받아 3억원짜리 상가를 10억원에 사기분양을 받은 김부장의 얘기는 노후 준비를 위해 부동산 투자를 하다가 큰 손해를 입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같아 공감을 얻고 있다.
분양사기, 전세사기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법률은 우리 삶과 직접 연결된 중요한 관심사다. 필자의 경우도 임대차 만기가 다가오자 머리 속이 복잡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것인지, 새로 임대차 계약서를 쓸 것인지, 전세보증금을 5% 상한까지 올려달라는 임대인의 제안을 어떻게 거절할 것인지, 갱신청구권 행사 이후 해지통보를 할 수 있는 요건은 무엇인지 임대차 계약 연장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머리 속이 복잡하다.
필자는 부동산 관련 법률에 특화된 변호사로 20년 이상의 법률자문, 소송 경력 중 대부분이 부동산 관련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본 칼럼을 통해 소개하는 사례들이 우리의 일상에서 부동산을 취득하고, 보유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재산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부동산을 취득하는 과정은 그 중요성 만큼이나 부동산 법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과정이다. 부동산의 취득과 관련하여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되는 사례는 오피스텔 등의 분양계약 해제 소송이다. 투자 목적으로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등을 계약했는데 몇 년 새 시세가 많이 떨어지자,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해 분양계약 해제 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경우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명백하거나 중대한 착오, 기망이 인정되지 않는 한 분양계약을 해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분양계약 유치 당시 전화로 권유를 했으니 방문판매에 해당하여 철회가 가능하다는 주장과 건축물분양법과 분양계약을 근거로 시행사나 신탁사가 벌금, 과태료, 시정명령을 받는 경우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계약서상 해제 사유임이 명백하지 않은 이상 법원은 계약의 구속력을 쉽게 깨뜨리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송들의 성패는, 결국 분양계약 체결 과정을 얼마나 잘 입증할 수 있는지, 분양계약서 작성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서명을 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진다. 필자는 주로 건설회사, 신탁회사 등 방어하는 쪽의 변론을 하다보니 계약 체결 과정에서의 증거자료, 녹취 등을 확보해 둔 수분양자들을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증거를 제출한다면 승소 가능성이 있을 것이나 증거자료가 없이 주장만을 반복하는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분양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계약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계약을 체결하고 수년이 지난 경우이므로 소송으로까지 갈 경우에 대비해 계약의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 둬야 한다.
필자의 지인들 중 아파트 청약과정에 청약 가점 산정 관련 사항을 잘못 기입해 당첨이 취소된 사례들이 있다. 당첨으로 인한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기회를 날린 것은 물론, 당첨 취소, 청약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만 별도의 구제책은 없다.
필자가 진행 중인 소송 중에는 사전청약에 당첨이 됐으나 몇 년 후 이뤄진 정당계약 절차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해 수억원을 날릴 위험에 처한 수분양자의 사례도 있다. 시행사에서 정당계약 일자를 문자로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만 있다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기간을 놓쳐 버린 것이다. 그러나 분양계약서상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할 의무만 있지 문자까지 보내 줄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아 수분양자가 시행사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은 우리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더욱 취득 시 신중하게 관련 법령이나 계약서를 검토해야 하고 필요하면 돈이 들더라도 변호사의 상담을 사전에 받아야 한다.
스스로의 경솔함과 무관하게 정부가 계약 대상자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아파트에 청약을 해서 당첨된 의뢰인이었는데, 의뢰인은 서울에 거주를 해 오던 중 지방 직장 때문에 지방을 오가며 생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서는 지방에 직장을 다닌 것이니 서울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니 부정청약을 하였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발을 한 사례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무혐의 결정으로 형사처벌을 면하게 됐다. 변호인이 서울 거주 상황 및 생활근거지 변화 등 추적 조사, 유사사례, 판례 법령 분석을 통해 경찰, 검찰 수사에 적극대응한 점이 주효하였으나, 무엇보다 의뢰인이 쟁점을 잘 이해하고 증거자료 확보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부동산을 취득하고 나서 비로소 하자를 발견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난감한 경우가 있다. 아파트 등 집합건물의 경우에는 입주자대표회의 등을 통해 집단소송을 제기하니 참여하여 일정금액의 손해배상을 받으면 된다. 오피스텔 등의 경우 종종 상가 호실 내에 큰 기둥이 있다거나 천장이 너무 낮다거나 하여 하자가 큰 경우라면 분양계약 해제 소송에서 승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중대한 하자가 아닌 한 손해배상을 받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이러한 집합건물 등이 아닌 상당수 부동산 계약, 특히 토지 매매계약의 경우 하자 관련 부분은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예컨대 토지 매매계약서의 내용 중에는 ‘매매목적물에 표시되지 않은 지상물 및 물건의 명도나 철거는 매수인의 확인 및 책임사항’으로 규정된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경우 하자담보책임에 대한 면책 특약으로 보아 토지의 매수인은 토지에 하자가 있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실제로 필자가 고문변호사로 있는 건설회사에서는 토지를 매수한 후 공사를 하려고 땅을 파보니 폐기물 등이 발견됐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으로 수십억원을 지출하였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이 같은 면책 조항 때문에 하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받게 됐다.
부동산 PF 등 파이낸싱 기법이 발전하다 보니 최근에는 신탁부동산이라는 용어를 일상생활에서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신탁부동산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신축 오피스텔의 등기부를 보면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오피스텔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큰 자금이 필요하다 보니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서 건축비 등을 선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영세한 시행사를 보고 은행이 대출을 해 주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건축주 명의를 신탁회사로 넘기고 대출금도 신탁계좌에 입금해 건축비로 사용되는 과정을 통제하는 구조로 진행이 된다. 그 결과 실질적인 은행의 담보 목적물인 신축 오피스텔의 소유자를 신탁회사로 등기하게 돼 수분양자들이 잔금을 납부한 돈으로 은행이 대출금을 상환 받기 전까지는 신탁회사의 소유권 등기가 유지된다.
문제는 분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다.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는 경우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연체)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시행사가 가져갈 돈이 거의 없어지게 되면 시행사가 꼼수를 부리게 된다. 즉, 시행사는 투입한 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할 목적으로 신탁회사나 대출은행들의 동의 없이 오피스텔을 무단으로 임대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임차인들은 실제로 이 오피스텔은 시행사의 소유이고 신탁회사는 형식적으로 등기를 한 것뿐이라는 말을 믿고 보증금과 월세를 시행사에게 직접 지급하게 된다.
등기부상 소유자가 신탁회사임이 명백한데 이러한 임대차를 할 사람이 있을까 싶으나, 시행사가 현장에 상주하면서 실소유자인 시행사가 임대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사정상 임대료를 저렴하게 준다고 유혹을 하면 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기가 쉽다. 특히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경우 개별 사업장 하나하나를 관리할 여력이 없다 보니 임대차계약 후 인도받을 때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보니 보증금도 의심 없이 납부하게 된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신탁회사의 소유이고 시행사는 임대할 권한이 없으므로 무단 임대 사실이 발각되는 경우 임차인들은 쫓겨나야 하는 처지가 된다. 보증금은 이미 시행사가 횡령하여 사용하고 난 후이므로 임대인이라고 생각한 시행사를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어 큰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 같이 부동산 취득 과정에서 우리의 부동산에 위험이 초래된 사례들의 공통점이 보이지 않는가. 계약서를 경시한 죄에 대한 가혹한 벌이다. 계약서에 날인을 하기 전에 이해가 가지 않거나 불리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있으면 주저 없이 질문하여야 한다. 확인서를 받거나 그것도 어렵다면 전화 녹음 기능을 써서 녹취를 하고 파일을 별도로 보관해 두어야 한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어리석다. 계약 체결 과정에서 불편하더라도 언성을 높이는 편이 훨씬 현명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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