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중의 북트렌드](133) AI와 함께 사는 시대,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들

2025-12-02

 카카오톡에 챗GPT가 들어왔다. 앱을 따로 켤 필요도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이 일상으로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 다시 실감하게 된다. 답변은 빠르고 정리는 간결하다. 한 번 익숙해지면 자연스레 의존하게 될 만큼 편리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가져오는 또 다른 질문도 있다. 최근 한 지인은 “하루의 절반을 챗GPT와 이야기하며 보낸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문득 생각했다. 그는 지금 누구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일까.

 뇌과학자 김대식, 안무가이자 예술 콘텐츠 기획가 김혜연의 <사이 인간. 문학동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짚어낸다. 그는 오늘의 인간을 ‘호모 메디우스’라 부른다. 인간과 AI 문명 사이,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 서 있는 존재라는 의미다. 책은 철학자와 언어학자, 예술가, 경영인 등 다양한 인물들의 대담을 통해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한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AI는 이미 우리의 생활 깊숙한 곳을 점령했다. 검색, 일정 관리, 상담, 기록까지 인간의 판단과 행동을 대신하는 영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생각 자체도 외주화하고 있다. 편리함이 늘어나는 만큼, 그 영향 또한 가볍지 않다. 미국에서는 챗봇과의 대화를 현실보다 더 신뢰해 가족을 떠난 남성이 있었고, 영국에서는 AI가 제공한 비현실적 정보를 믿다가 현실 감각을 잃은 청년도 있었다. ‘AI정신병 주의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기술에 대한 신뢰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인간은 주도권을 잃기 쉽다.

 책에서 김혜연 작가가 말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 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무엇을 아느냐보다 무엇을 계속 묻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을 구성하고 새롭게 던질 줄 아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정보는 기계가 대신할 수 있어도, 질문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야 한다.

 김대식 교수는 기술이 인간의 감정과 언어, 신체, 관계를 어떻게 재편하는지를 살핀다. 예술감독 이대형은 “앞으로는 생물학적 신체성보다 사회적 신체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철학자 최진석은 “기술의 그림자에 머물지 않기 위해선 질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들의 논의는 모두 같은 지점으로 모인다.

 “기계가 대신 생각해줄 때,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

 AI는 효율적이다. 그러나 효율이 감정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인간은 느리게 생각하고, 때로는 불편한 과정을 거치며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간다움이라는 질문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보를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가 아니다.

 내가 어떤 질문을 붙잡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이 나를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책을 덮고 나면 오래된 질문 하나가 다시 떠오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기술 문명의 경계 위에 서 있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지만, 마음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이 남는다. 기술의 속도에 밀려 내면의 목소리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멈춰 돌아볼 때다. AI와 인간 존재의 경계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글 = 조석중 (독서경영 전문가)

 소개도서

 《사이 인간》 (김대식 . 김혜연 지음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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