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더 간다? 글쎄요” 투자 전문가 갈아탄 ‘AI주’ [머니랩 라운드테이블①]

2024-06-30

머니랩

🏅머니랩 라운드테이블

월가에서 가장 권위 있는 투자 전문지로 꼽히는 배런스(Barron’s)는 매년 수차례 투자 전망과 수익률 면에서 우수했던 전문가들을 초청해 라운드테이블을 연다. 전설적인 투자 구루 피터 린치도 멤버였다. 그는 이 라운드테이블을 ‘주말의 골칫거리’라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정성 들여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다.

중앙일보 머니랩이 국내 투자 전문가들을 모아 한국판 ‘라운드테이블’을 선보인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 겸 CIO, 최준철 VIP자산운용 CEO,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CIO(가나다순)가 한자리에 앉았다.

이들은 업계 수많은 전문가 중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히 높은 성과를 올려 온 국가대표급 펀드매니저들이다. 가치주부터 성장주까지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4명의 전문가는 3시간 가까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라운드테이블은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첫 라운드는 최근 엔비디아로 달아오른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주식’에 대해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인사이트를 담았다. 이어 2~3회 라운드에선 각각 ‘한국의 성장주’, 개미들의 관심 이슈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거침없는 이야기를 전한다.

“안 먹을 용기를 가져라. 날라간 주식은 내 몫이 아니다.”

한상균 쿼드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어린 매니저들에게 늘 하는 조언이라고 한다. 작년에 3배 오르더니 올해도 2배 가까이 오르고 있는 엔비디아가 없어 잠 못 이루는 투자자라면 되새겨 볼 말이다.

이날 네 명의 전문가가 이견 없이 목소리를 높인 부분은 “아무리 훌륭한 주식이라도 비싸게 사는 건 다시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현재 세계 1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조차도 1999년 닷컴버블 때 주가가 90% 가까이 빠졌다. 그리고 전고점을 회복하는 데 무려 10년이 걸렸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스타벅스, 나이키, 룰루레몬 등 미국 주식이라고 다르지 않다. 어떤 주식이든 비싸게 사면 위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첫 번째 주제는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주식으로 열띤 대화가 오갔다. AI가 세상을 바꿀 기술이라는 점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식 투자자로서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순 없다는 데도 모두가 동의했다. 특히 ‘너무 오른 엔비디아 말고 다른 투자처는 어딜까’란 질문에, 소신과 경험을 바탕으로 속 시원한 답을 내놓기도 했다.

하반기 주식시장에는 AI 말고도 거대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미국 대선이다. 1차 미국 TV 대선 토론은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듯 보이며, 세계 경제는 시계 제로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는 “과거 트럼프와 바이든 당선 사례를 보면 시장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정책 수혜주라는 것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승리가 한국엔 더 긍정적이라는 ‘역발상’도 나왔다.

라운드 테이블 참석자

목대균 : 대학교 시절 투자 동아리를 시작으로 대우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을 거쳐 KCGI자산운용에서 운용총괄대표(CIO)를 맡고 있다. 투자스타일을 요약하면 ‘글로벌은 성장주, 국내는 가치주’다.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글로벌 종목은 정보 격차 때문에 꾸준히 가져가도 될 가치주를 고르기 어렵기 때문에 성장주를 선호한다고. 종목을 고를 때는 퀀트(정량적인 분석모델을 활용하는 투자법)을 접목해 걸러낸 뒤 깊게 공부하고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민수아 :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CIO 겸 CEO다. LG화재에서 주식운용을 시작해 삼성자산운용과 삼성액티브자산운용까지 약 20년간 주식 투자를 해왔다. 투자철학은 국내든 해외든 ‘세상의 변화에 투자하자’다. 그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아래부터 훑는 ‘바텀업’ 방식으로 중·소형주에 많이 투자해 왔다. IMF외환위기 때 전임자들이 나가며 100개 종목이 담긴 펀드를 물려받게 됐는데, 그 기업들을 모두 탐방하며 주식운용을 배운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준철 : VIP자산운용 창업자이자 CEO다. 처음 주식을 시작한 건 1995년 대학교 1학년 때부터다. 대학교 졸업 직전 동창이었던 김민국 대표와 VIP자산운용을 창업해 21년째 운용업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론 가치투자자이지만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 즉 적정 가격에 거래되는 장기 성장주에 투자한다. 소비재 분야 전문가로, 소비자의 새로운 선호가 생기는 제품이나 내수에서 해외로 확장해나가는 종목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이다.

한상균 : 쿼드자산운용에서 부사장 겸 CIO를 맡고 있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미래에셋 홍콩법인, 싱가포르 헤지펀드, 일본계 스팍스 자산운용을 거쳐 쿼드자산운용에 CIO로 합류했다. 기본적으로 성장주를 좋아하지만, 최 대표처럼 GARP식 장기투자 스타일이다. 기업의 3~5년 후 미래를 그리며 적정 가치가 계산되면 투자 원칙에 따라 주가가 빠지면 추가로 매수하고 갭이 줄어들면 차익실현을 하는 매매를 한다. 그래서 1년매매회전율은 70%지만, 보유종목 회전율은 30%미만이다.

끝없이 오르는 엔비디아 어떻게 보나.

목대균 : 저희 펀드는 2013년부터 엔비디아를 투자했었다. 최근 엔비디아 측과 투자자 미팅을 할 때 느꼈던 찝찝한 포인트가 있다. 엔비디아가 ‘쿠다(CUDA, 엔비디아의 AI 개발용 소프트웨어 플랫폼)’를 가지고 있고, 이미 그 가치가 크다는 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엔비디아 측에서 “우리는 하드웨어(GPU·그래픽처리장치) 회사이면서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강조하더라. 밸류가 높아지니까 업사이드(상승 여력)를 추가로 만들려 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드웨어가 잘 팔리는 지금 ‘굳이’ 왜 저렇게 강조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경쟁 측면에서 중국 화웨이 쪽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는 데이터센터 등에 따르면 화웨이 제품 성능이 엔비디아의 90%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반면에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싸다. 테크 분야에서 경제적 해자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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