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것을 찾아서 멀리만 떠났지 / 소중한 건 모두 잊고 산 건 아니었나 /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 소중한 건 옆에 있다고 / 먼 길 떠나려는 사람에게 말했으면”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2025 기업인을 위한 서경 송년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가수 박정현이 부른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박주연 작사·조용필 작곡)’가 장식했다. 오케스트라 선율 위로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어우러지자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숨죽이며 집중했다. 딱 1년 전 비상 계엄으로 온 사회가 격동의 한 해를 보낸 가운데 참석자들은 음악이 전하는 위로와 응원 속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고 서울경제TV가 주관하는 ‘기업인을 위한 서경 송년음악회’는 올해로 27회를 맞았다. 국내에서 기업인을 대상으로 가장 오랜 역사를 이어온 연말 음악회답게 클래식과 뮤지컬, 팝페라, 대중가요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무대로 또 한 번 풍성한 연말의 밤을 채웠다.

공연의 막은 류성규의 지휘로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서곡으로 열었다. 1부는 팝페라 가수들과 뮤지컬 배우 카이가 친숙한 영화 음악과 뮤지컬 넘버, 팝송으로 다채롭게 꾸몄다. 팝페라 그룹 카르디오는 영화 ‘어바웃 타임’ 삽입곡 ‘일 몬도’를 따뜻한 하모니로 들려준 뒤 ‘촛불하나’와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엮은 메들리로 관객석을 달궜다. 팝페라 소프라노 정하은이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골든’에서 보여준 가창력은 듣는 이의 속을 뻥 뚫리게 할 정도였다.

뮤지컬 배우 카이는 1부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명곡 ‘스타스’와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 속에서’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들려주며 뮤지컬 작품의 한 복판으로 관객들을 인도했다. 특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대표곡 ‘지금 이 순간’을 특유의 카리스마와 폭발적인 가창으로 선보였다.
1부의 마지막은 카이와 정하은, 카르디오가 다시 무대에 올라 안드레아 보첼리의 레퍼토리로 널리 알려진 ‘타임 투 세이 굿바이’를 함께 부르며 장식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반주 위에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들의 목소리가 합쳐지며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기를 희망차게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2부에서는 인기 가수들의 한층 대중적인 레퍼토리가 펼쳐졌다. 먼저 고운 연둣빛 한복에 부채를 들고 등장한 조엘라가 ‘난감하네’와 ‘배 띄워라’를 불러 흥을 돋우었다. 판소리 전공자로 ‘판라드(판소리+발라드)’라는 장르를 만들어온 조엘라가 구수하면서도 탁 트인 목소리로 ‘살다보면’을 부르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발라드 가수 이창민은 그룹 2AM의 리드보컬다운 감성 짙은 음색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이 노래’ ‘이쁘다니까’ ‘밥만 잘 먹더라’ 등 자신의 대표곡이자 한때 노래방 애창곡으로 사랑받던 노래들을 다시 소환하자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창민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은 가수들에게도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마지막 주자는 ‘K팝 디바’ 박정현이었다. 히트곡 ‘편지할게요’와 ‘그대라는 바다’ ‘유 레이즈 미 업’을 부르자 무대는 순식간에 그의 단독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대체 불가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한 박정현은 공연장 전체를 울리는 파워풀한 창법과 R&B 리듬, 섬세한 표현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폭넓은 음역대와 다양한 음색으로 소화한 ‘꿈에’가 끝나자 객석에서 앵콜 요청이 쏟아졌고 조용필의 명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로 화답했다.
대미는 트리니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장식했다. 경쾌한 캐럴 선율을 엮은 곡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손뼉을 치며 함께 리듬을 탔다. 위로와 감동의 선율로 가득했던 서경 송년음악회는 “힘들었던 한 해, 음악 덕분에 위로 받았다”는 관객들의 평가 속에서 내년을 기약하며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