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조선 업체들이 증산을 서두르며 ‘세계 점유율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세계적인 연료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어나면서 기존 시설을 확장하거나 문을 닫았던 조선소를 다시 가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석유화학 대기업인 헝리그룹은 랴오닝성 다롄에 위치한 조선소에 92억 위안(약 1조 8000억 원)을 들여 추가 시설과 직원 기숙사를 짓고 있다. 이번 공사를 통해 회사는 연내 대형 탱커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2006년 한국 STX그룹이 세운 이 조선소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폐쇄된 채 10여 년간 방치됐다가 화학 업체인 헝리에 인수됐다. 헝리는 조선 자회사를 2022년 설립하고 한국 삼성중공업에 기술 협력을 요청해 2024년 봄 첫 번째 선박을 완성했다. 조선업이 주 업종이 아닌 신규 주자임에도 헝리는 지난해에만 선박 30척 건조에 착수했고 스위스 해운 대기업 MSC와 신규 건조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중국 최대 조선 기업이자 국유 업체인 중국선박그룹도 총 50억 위안 규모의 자산 재편으로 고가 선박 건조 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민영 대기업인 양쯔강선업그룹 역시 30억 위안을 투자해 장쑤성에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조선소 확장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조선 회사들이 잇따라 증산에 나서는 것은 고객인 해운 회사들이 환경 친화적인 선박의 발주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제해사기구(IMO)는 2023년 국제 해운의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 시점을 2050년으로 정했다. 연료를 중유에서 대체 연료로 바꿀 것을 요구받으면서 해운사들은 친환경 선박으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에 지난해 선박 발주량은 17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이미 쾌재를 부르고 있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에서 중국은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세계 수주량 6581만 CGT 중 4645만 CGT를 가져간 것이다. ‘표준선환산톤수’로 불리는 CGT는 단순 선박의 크기나 무게가 아닌 선박 건조의 난이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기술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위다. 중국의 신규 주문량은 2023년 대비 58%나 급증했다. 전년 대비 주문량이 9% 늘어나는 데 그친 한국은 점유율 17%(1098만 CGT)였고 신규 주문이 52% 줄어든 일본을 포함해 기타 국가는 13%(838만 CGT)에 머물렀다. 한국의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수주에 나선 반면 중국은 한국·일본 대비 50% 이상 낮은 인건비와 저렴한 철강 조달 비용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업계 침체기에 문을 닫았던 조선소 다수가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더 많은 주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업체들은 이미 4년 치 이상의 선박 건조를 수주해놓은 상태다.
선박 생산(건조)량 점유율도 CGT 기준으로 중국이 53%, 한국이 28%, 일본이 12%, 유럽이 4%였다. 앞서 금융회사 ING는 조선업황이 향후 수년간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전망 속에 시장 호황을 배경으로 중국 기업들이 추가로 선박 수주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닛케이는 “중국 업체들이 여전히 생산능력은 부족한 편이라 앞으로도 관련 기업들의 증산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