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학내 反유대·反무슬림정서 조사결과 발표…"분열 심각"
500여쪽 분량 자체보고서에서 "캠퍼스에 반유대·반무슬림 정서 모두 팽배"
가버 총장 "편견 용납 안할 것"…"변화는 내부로부터 이뤄져야"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로부터 반(反)유대주의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는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가 학내에 반유대주의와 반무슬림 정서가 모두 팽배해 있으며 정치적 양극화가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29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이날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및 반무슬림 정서에 관한 500쪽 넘는 분량의 내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하버드대가 각각 학내 반유대주의와 반무슬림 정서를 조사하기 위해 꾸린 두 개의 별도 태스크포스(TF)가 작성했다.
보고서 중 311쪽 분량은 학내 반유대주의 및 반이스라엘 편견의 실태 및 원인 등을 다뤘으며 222쪽 분량은 반무슬림 및 반팔레스타인 편견과 관련된 내용에 할애했다.
이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수개월간 무슬림과 유대계 학생 모두가 하버드 캠퍼스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인용한 한 교수는 "이 대학이 지금만큼 양극화된 것은 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 대학 내 분열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것이 대학의 실존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 구성원 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와 각종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쓰인 이번 보고서는 반유대주의 및 반이스라엘 정서가 "하버드대에서 뿐 아니라 학계 전반적으로 양산되고 실천됐으며 묵인됐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무슬림과 팔레스타인, 아랍권 학생 및 구성원들도 "불확실성과 버려짐, 위협, 고립, 그리고 불관용의 정서"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고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표출된 많은 편견들이 최근 수십년간 방치돼 온 '낮은 지적 기준' 및 편향된 커리큘럼 등에 의해 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교수가 특정 정당 혹은 정치적 입장과 연관성이 강한 경우나 일부 수업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룰 때 유대인과 이스라엘 쪽 입장을 부실하게 다루는 학술적 '게으름'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는 그 결과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하버드 캠퍼스는 "친(親) 팔레스타인 연대 및 이스라엘을 향한 제약 없는 분노의 표현을 위한 공간이 되었고, 많은 유대인 및 이스라엘 학생들은 이 분노가 직접적으로 자신들을 향한다고 느꼈다"고 적시했다.
반무슬림 정서와 관련해서는 많은 아랍계 및 팔레스타인 학생들이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버려지고 침묵을 강요당한다고" 느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고서는 보수 단체가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밝힌 학생들의 신상을 공개한 전광판 트럭을 캠퍼스 안에서 몰고 다닌 일은 이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지적 개방성을 촉진하기 위해 강의 내용에 대한 기준점을 설정하고, 학내 시위 관련 규칙 강화, 여러 관점을 넘나들며 사고할 수 있는 학생들을 입학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의 입학 절차의 개선 등을 권고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러한 앞으로의 변화와 개선은 학내 당사자들의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외부의 개입을 경계했다.
반유대주의에 관한 보고서는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외부 당사자들이 우리가 제안한 개혁안을 적용하라고 강요할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밝혔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2023∼2024년은 "실망스럽고 고통스러운" 해였다면서 "우리가 우리 커뮤니티에 정당하게 설정한 높은 기준들을 충족하는 데에 실패한 순간들"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가버 총장은 그러면서 보고서의 권고사항들을 학교 운영에 적용할 것을 약속하면서 "하버드는 심각한 편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그럴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는 트럼프 행정부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 근절 등을 명분으로 요구한 교내 정책 변화들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기를 들면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에 수조원대의 지원금 중단 등 보복 조치에 나서자 하버드대는 이를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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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