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
격렬한 울음, 녹색 구토, 혈변, 복부 촉진 확인
'6시간 이내' 조치하면 비수술 정복술로 치료
초기 대응 실패하면 생명 잃거나 평생 장애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영유아에게 주로 발생하는 복부 응급질환인 장중첩증이 신속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8일 의료전문기자들과 의정부에 소재한 튼튼어린이병원에서 만나 "장중첩증 골든타임을 지켜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장중첩증은 창자의 일부가 다른 부분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질환으로, 혈류 차단에 따른 괴사 위험이 높다. 특히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 '골든타임'에 치료받으면 비수술적 정복술(taxis, 탈장 등이 있을 경우 원위치로 되돌리는 조작)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야간·휴일·지방 의료기관에서 진단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빈번하다.
최용재 원장은 "진단과 정복술이 가능한 병원이 극히 적어 수술까지 이어지는 아이들이 많다"며 "치료 지연 시 광범위한 장 절제와 단장증후군 등 평생 장애와 경제적 부담을 남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은 최 회장과 일문일답 내용
-장중첩증은 어떤 질환입니까?
▲생후 수개월에서 2세 미만의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복부 응급질환입니다. 말려 들어간 장이 혈류를 잃고 괴사하는 질환입니다. 진단과 치료가 몇 시간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야 합니다.
-장중첩증 진단 및 치료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6시간 이내에 정복술 시행이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에선 야간·휴일·지방의료기관에서 진단은커녕 초음파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비일비재합니다. 진단과 정복술 가능한 병원이 소수에 불과합니다. 진단이 지연돼 장절제술을 포함한 개복 정복술로 이어지면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아이의 일생을 바꾸는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지연된 정복술이 야기하는 치명적 결과는 무엇입니까?
▲광범위한 장 절제와 단장증후군(Short Gut Syndrome)입니다. 장의 일부 또는 대부분을 절제한 후엔 영양소 흡수 능력이 급격히 저하돼 정맥영양(TPN), 특수식이, 반복 입원이 평생 필요할 수 있습니다.
회맹판(IC Valve) 절제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중첩증이 회맹부를 침범하고 절제되면 지속적 설사와 탈수, 지방 및 담즙산 흡수 장애, 장내 세균 이상증식(SIBO), 비타민B12 결핍 등이 발생합니다.
또 단백질·무기질·지방·비타민 흡수 불량으로 체중 증가 및 발달 저하가 이뤄집니다. 이로 인한 가정의 경제·심리적 부담도 발생합니다. 장기간 치료비와 돌봄 부담으로 가족 전체가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반드시 알아야 할 장중첩증 증상은 무엇입니까?
▲간헐적 격렬한 울음, 녹색 구토, 딸기잼 같은 혈변, 축 처짐, 창백함, 탈수 증상, 복부에서 덩어리 촉진 등입니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은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즉시 소아초음파 및 응급 정복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은 장중첩증 치료를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비수술 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장중첩증은 장의 일부가 다른 장 안으로 말려 들어가는 응급질환으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도넛 모양(target sign)'과 '샌드위치 모양(pseudokidney sign)' 등 장중첩증 특유의 소견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문을 통한 생리식염수 주입과 초음파 유도하 정복술로 진행됩니다. 튜브를 삽입해 생리식염수를 서서히 주입하면서, 초음파로 장이 정상 위치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정복이 완료되면 통증이 즉시 호전되며, 마취나 수술 없이 회복이 가능합니다.
이 치료는 마취 없이 진행되는 비수술적 시술이며 실시간 초음파 관찰로 안전하게 시행됩니다. 성공 시 24~48시간 병실 관찰 후 퇴원이 가능합니다. 1차 시술 성공률은 약 80~90%입니다. 실패 시 반복 시도 또는 수술을 고려합니다. 장중첩증은 골든타임 내 진단이 핵심인 질환인 만큼, 부모님이 조금만 빠르게 병원을 찾으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장중첩증 진단 및 치료를 위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조 없는 소아필수의료를 외면하면 희생자는 아이입니다. 장중첩증은 명백한 필수의료의 구조적인 사안입니다. 하지만 지방 소청과 병원에서는 진단도, 정복술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도권 대학병원으로 이송되는 동안 소중한 골든타임은 흘러가고, 결국 회맹판 절제와 단장 증후군이라는 평생의 고통을 안게 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소아외과, 영상의학과, 응급의학과 중심의 필수의료 지원 민간 소아청소년병원에 대한 정복술 장비·수가 지원, 지방 응급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합니다.
calebca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