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상품이기 때문”

2024-09-24

2012년 1권이 나온 김명호 전 성공회대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한길사)가 10권을 끝으로 12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중국인 이야기>는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 서술로 중국 현대사를 풀어나간 책이다. 개성과 사연이 넘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속사를 배제한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 전 교수가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한 사진 2000여장도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볼거리였다.

김 전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길사는 <중국인 이야기> 이전까지 단행본 저술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 전 교수에게 파격적으로 억대의 선인세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로마인 이야기>를 출간한다고 할 때 다들 말렸지만 400만권 이상 팔렸다”면서 “서양에 로마가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이 있다. ‘로마인 이야기’가 가능하다면 ‘중국인 이야기’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인 이야기>는 한때 중국 공산당 서열 2위까지 올랐으나 문화대혁명 기간 중 숙청된 류사오치(1권)로 시작해 공자의 77대 직계종손 쿵더청(10권) 이야기로 끝난다.

김 전 교수는 책에 등장하는 1000여명의 인물 중 가장 흥미로운 인물로 린뱌오 전 중국 공산당 부주석(1907~1971)을 꼽았다. 린뱌오는 국공내전 당시 공산당의 승리에 기여해 ‘전략의 천재’로 불리지만 평생 무기를 쓴 적이 없다. 내전에서 패해 대만으로 쫓겨난 장제스도 린뱌오의 재능을 아꼈다. 린뱌오는 쿠데타 모의가 발각돼 탈출하려다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했다.

김 전 교수는 중국인들이 속내를 숨기는 데 능하기 때문에 중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면서 한국은 중국과 수교한 지 30년이 지났는데도 중국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약간의 속임수에 뛰어납니다. 중국인을 가장 잘 파악한 사람은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였어요. 릴리가 이동휘(리덩후이) 전 대만 총통을 만나 건넨 조언이 ‘국가 지도자는 약간의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속임수가 있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겁니다.”

김 전 교수는 최근 미국은 중국을 공부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학자들은 사마천의 <사기>와 두보 시집을 연구하고 있어요. 사기 중 ‘오제본기’(五帝本紀)는 분량이 10여쪽인데 미국에서 나온 주석본은 300쪽이에요. ‘항우본기’(項羽本紀)도 수십쪽에 불과한데 주석본은 400쪽이 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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