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넘어간 ‘크리스마스 전쟁’···극우 정당 ‘최전선’으로 떠올라

2025-12-25

한때 미국을 달궜던 ‘크리스마스 전쟁’이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유럽 극우 정당들이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문화전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위협받는 기독교 전통이자 정체성’으로, 자신들을 ‘세속주의 좌파에 맞선 최후의 방어선’으로 정의하면서 지지 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4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가 유럽 문화전쟁의 새로운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종교·문화적 배경이 다른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기독교 색채가 옅은 일종의 중립적 휴일로 기념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져 왔는데, 유럽 극우 정당들이 이를 ‘정체성 위협’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포괄적 의미인 “해피 홀리데이” 대신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써야 하고, 국가 차원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공장소에 기독교 상징물을 내걸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크리스마스의 기독교적 의미를 드러내고 기념하는 데 종교적 중립, 다문화 같은 가치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는 취지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런 차원에서 크리스마스를 ‘국가의 위태로운 문화유산’으로 규정하고 수호하는 것을 정치적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를 단지 선물 받는 날로만 인식할 게 아니라, 예수 탄생의 가치와 의미를 배워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정당 이탈리아형제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캐럴에서 종교적 내용을 삭제한 학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극우 정당인 프랑스 국민연합과 스페인 복스 역시 크리스마스의 종교적 색채를 흐리고 ‘연말 시즌’처럼 중립적 표현을 사용하려는 흐름을 세속주의 또는 ‘워크(woke·정치적 올바름을 비꼬는 말)’한 시도라며 반대해왔다. 시청 등 공공청사에 예수 탄생 장면을 설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독일에선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이 크리스마스 마켓이 점점 ‘독일다움’을 잃고 있다며 무슬림 전통이 기독교 전통을 밀어내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퍼뜨리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문화전쟁은 앞서 미국을 한바탕 휩쓴 오랜 논쟁이기도 하다. 유럽 극우 정당들을 추켜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당시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2016년 집권 1기 당시 “크리스마스 전쟁을 끝내고 크리스마스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표현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해 보수 문화전쟁을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리스마스 전쟁’이란 표현도 이때 보수 진영을 결집하는 구호 중 하나로 주목받았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기독교 전통, 뿌리, 정체성 등 트럼프 대통령이 외쳤던 구호를 비슷하게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 반이민 정서를 키우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이런 흐름을 이끄는 정치인 중 상당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아니고 지지자 중에서도 신앙생활을 하는 기독교인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들에게 중요한 건 ‘우리’와 ‘그들’ 사이 경계선을 긋기 위한 문화적 기준으로서의 기독교”라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을 연구하는 다니엘레 알베르타치 영국 서리대 교수는 “1980~1990년대에는 극우 세력이 대체로 교회와 거리를 뒀지만 2010~2015년 유럽에서 발생한 이슬람 테러 공격이 ‘문명 간 충돌’로 인식되면서 흐름이 바뀌었다”며 “기독교는 하나의 문화적 표식이 됐고 극우 세력은 이를 토대로 자신들을 전통, 가족, 정체성의 수호자로 묘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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