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은 15세기 초 창제되고 나서도 수백 년 동안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했다. 19세기 들어서 한글이 재발견되는데 당시 새로움을 찾는 근대 사회의 기대에 맞아 떨어졌다.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높은 평가를 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이 1일 경기도 김포시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에서 개최한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한글연구소’ 순회전은 이처럼 근대 들어 재발견된 한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근대 시기 한글의 변화상을 주제로 제작한 시각디자인, 가구, 공예, 패션, 영상 등 작품 21건을 선보인다. 전시는 6월 29일까지다. 김포아트빌리지는 2017년에 개관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통 한옥마을의 고즈넉한 풍경과 현대적인 아트센터의 조화가 돋보인다.
그동안 국립한글박물관이 진행한 한글실험프로젝트는 한글을 다양한 디자인 분야와 접목해 실험하고 한글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아 왔다. 특히 이번 ‘근대한글연구소’ 전시 작품은 디자인·예술 현장에서 활약하는 작가들이 한글박물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창작한 것이다. 근대 시기의 한글 표기에 대한 여러 고민과 근대 출판물에 나타난 한글 조합과 배열의 맵시,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이 녹아있다는 평가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먼저 1부 ‘동서말글연구실’은 외국인이 한글·한국어를 연구한 자료와 한글로 발음을 표기한 영어 학습서 등을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화영의 ‘한HAN글文’과 이청청의 ‘낯섦과 새로움, 그리고 연결’이 대표적이다.

또 2부 ‘한글출판연구실’과 3부 ‘한글맵시연구실’은 근대 시기 한글의 조합과 배열 방식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자료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인 유남권의 ‘지태칠기’, 이예승의 ‘증강 딱지본: 펼쳐지는 활자’, 박춘무의 ‘무제’, 시멘트의 ‘쓰기의 층위’가 각각 소개된다. 4부 ‘우리소리실험실’은 판소리를 각색한 근대 출판물을 기반으로 창작된 작품으로 ‘효(김혜림)’, ‘한글광상(김현진)’ 등이 관객과 만난다.
‘근대한글연구소’는 앞서 2023~2024년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홍콩,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타기그 등 아시아 5개 지역에서 일부 전시된 바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번에 처음 선보였다. 김포 전시에 이어 9월 12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부산을 찾아갈 예정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은 올해 내내 전국 순회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기획전시 ‘어린이 나라’가 공주(3월 13일~5월 11일)와 구미(5월 20일~7월 20일) 지역을 순회하고 있다. 또 ‘한글, 마음을 적다’가 공주(3월 27일~7월 6일)에서, ‘사투리는 못 참지!’는 강릉(7월 9일~8월 31일)과 제주(9월 22일~12월 7일)에서 각각 진행된다.
국립한글박물관 서울 본관은 시설 증축 및 리모델링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휴관 중이다. 강정원 한글박물관장은 “전국 순회전시를 통해 지역의 한글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고 전국 문화예술 기관들과의 물적·인적 교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