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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을 실천하다 뜻밖에 표창을 받으면서 수상한 상금을 다시 사회로 나눠드리려 합니다.”
50년간 구두를 닦고 수선하면서도 30년간 더 어려운 이웃을 찾아 조용히 돕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구두 수선공 김병록(65)씨의 말이다. 그는 “‘나눔 빵집’을 열어 가난한 이웃들이 배를 곯지 않도록 빵과 케이크나마 연중 내내 전해드리고 싶었던 오래된 꿈을 실천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는 3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에 ‘산타빵은행’을 연다. 이곳은 일반 빵집과는 다르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빵과 케이크, 음료 등을 가져다주는 선물하는 장소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는 빵집을 찾아오는 어려운 이웃 100명에게 빵을 선물한다.
김씨는 “앞으로 빵을 전달할 땐 연중 빨간빛 산타 모자를 쓰고 ‘산타 선물’이라고 말하며 전해줄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봉사활동 때 ‘무료’라거나 ‘공짜’라며 나눠 주었을 때 받는 분들이 다소 불편한 마음을 갖는 것을 느껴서, ‘산타 선물’이라며 전해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빵집 인근 임대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이번에 상가 지역 1층에 66㎡(20평) 규모의 공간을 임대해 번듯한 빵집을 연다. 최근 큰 봉사상을 받으면서 받은 거액의 시상금을 사용해 가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제2회 HD현대아너상 최우수상(개인 부문)·1%나눔상에 각각 선정돼 받은 총상금 1억원을 수상한 바 있다. 이 상과 상금은 50년 동안 구두를 닦아 모은 돈을 어려운 이들에게 기부하고, 이발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오면서 나눔을 실천한 공로로 수상했다.
그는 빵집 운영 등은 뜻을 같이하는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산타 빵집 인근에 있는 웨스트진 베이커리 김서영(62) 대표는 “아름다운 이웃사랑을 어려운 여건 속에 실천하는 김씨의 마음에 감동해 앞으로 틈틈이 빵을 산타빵은행에 기증할 계획”이라며 “빵집 설치와 운영 노하우도 김씨에게 수시로 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빵집을 마련하면 아내(권점득·63)와 청소년 등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사는 노인, 쪽방촌, 노숙인 등에게 정기적으로 선물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뜻을 같이하는 분들의 후원을 받고, 빵집과 제과점 등으로부터 빵과 케이크 등도 기증받을 요량”이라고 소개했다. 제빵·제과 기술을 배우려 학원에도 다니고 있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20년 경기도 파주시 소재 자신의 시가 5억~7억원짜리 땅 3만 3000㎡(1만평)를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기 위해 파주시에 아무 조건 없이 기증한 바 있다. 2022년부터는 서울 상암동 구두 수선점 앞에 ‘행운의 항아리’를 놓고 동전 모으기 운동을 벌여 재난 상황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을 전하고 있다.
김씨는 2021년부터는 상암동 구두 수선점 인근 도로변에 ‘무인 구두 나눔 전시관’을 마련해 자신이 모아 깨끗하게 수선한 헌 구두와 헌 가방 등을 전시하고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그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21년간 헌 구두 5000여 켤레를 수선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