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 3연패 이후 3연승이라는 역사를 쓴 프로농구 서울 SK가 결국 최종 7차전 패배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비록 통합우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긴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SK의 젊은 선수들은 크게 성장했다. SK는 아쉬운 패배를 대가로 미래를 얻었다.
SK는 ‘베테랑의 팀’이다. 김선형, 오세근, 안영준 등 주전들은 적게는 9년, 많으면 15년 차의 고참들이다. 주요 선수 중 ‘젊은 피’는 2020년 데뷔한 오재현 정도다. 2024~2025 정규시즌 벤치 득점이 17.2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SK는 베테랑 선수들의 경기력에 크게 의존해 왔다.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는 식스맨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 주어진 시간을 잘 버텨줘야 승리의 동력을 만들 수 있다. 올해 SK의 봄농구에서는 김형빈(25)과 김태훈(23)이 적재적소에 쏠쏠한 활약 선보였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SK의 챔프전 벤치 득점은 21점까지 올랐다.
김형빈은 이번 챔프전에서 SK의 가장 큰 소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019년 얼리 드래프트에 지원해 프로에 데뷔했다. 201cm의 신장에 슛 능력까지 겸비한 포워드 김형빈은 고졸 루키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지난 시즌까지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김형빈은 마침내 이번 챔프전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해 보였다. ‘한 방’이 필요할 때마다 김형빈의 활약이 있었다. 그는 지난 17일 챔프전 최종전에서 3점 슛 3개를 포함해 11득점을 올렸다. 챔프전 MVP인 LG 허일영도 “SK에 있을 때 형빈이에게 ‘넌 SK에서 슛을 제일 잘 쏜다, 앞으로도 슛을 던져 봐라’라고 말한 적이 있다”라며 “이번 시리즈에서 정말 많이 컸다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신인 김태훈은 오재현을 이을 수비형 가드로서 눈도장을 찍었다. 정규시즌에는 평균 10분 30초를 뛰며 1.7득점을 올리는 데에 그쳤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주전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SK는 챔프전 도중 오재현의 부상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았으나 김태훈이 그 자리를 잘 메꿔준 덕에 흐름을 빼앗기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챔프전 5차전부터 베스트5에 이름을 올린 김태훈은 수비 리바운드와 스틸로 SK의 ‘빠른 농구’를 완성하는 데에 이바지했다.
김형빈과 김태훈의 도약이 있었기에 SK는 ‘최초의 리버스 스윕’ 희망을 잃지 않고 챔프전 7차전까지 올 수 있었다. SK는 팀의 미래를 떠받칠 영건들의 성장을 얻었다. 다음 시즌의 SK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