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구, 고운이치과교정과 치과의원

최근 부정교합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약 54만명이던 부정교합 진료 환자 수가 2021년에는 102만명에 달할 정도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현대 사회의 환경 변화와 생활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고대 인류의 여러 화석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치열이 가지런하고, 사랑니까지도 정렬된 상태로 발견된다. 그러나 현대인의 절반 이상은 부정교합을 갖고 있고, 사랑니 역시 정상적으로 맹출하지 못해 발치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게 됐고, 이로 인해 턱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그 크기도 점차 줄어들었지만 치아의 크기는 충분히 작아지지 못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인간은 턱이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했음에도 생존에 큰 불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현대인에게서는 오히려 작고 좁은 턱이 일반화된 것으로 보인다. 본래 치아와 턱의 크기, 형태 등은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유사한 형태의 부정교합이 유전될 수 있다. 다만, 부정교합을 ‘우성 유전’ 형태로 나타난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주걱턱과 같이 골격적 특징이 뚜렷한 경우의 부정교합은 가족 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정교합은 여러 유전자와 환경 요인이 함께 작용하는 ‘다인자성 유전’ 양상을 보인다.
부정교합에는 유전적 요인 외에도, 여러 후천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손가락 빨기, 입술 깨물기, 혀로 치아를 미는 습관, 비염 등으로 인한 입호흡 등은 턱의 성장과 치아 배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소홀한 구강위생관리에서 비롯한 충치로 유치가 일찍 빠지거나, 영구치가 정상 위치로 맹출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치열의 불균형이 발생해 부정교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밖에도 구순구개열 등 골격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선천성 질환과 성장기에 발생한 턱뼈 손상 등이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전자기기의 사용이 증가로 인한 현대인의 생활자세 변화 등도 이갈이나 이악물기 같은 습관까지 유발해 턱관절 장애 및 근육통을 동반하고, 결국 턱뼈의 정상적인 성장 패턴에도 영향을 줘 부정교합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부정교합에 대한 조기 치료 인식이 전보다 늘면서 심미적·기능적을 이유로 이른 시기에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결국, 부정교합 환자의 증가 추세는 현대인의 생활습관 변화,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조기 치료 인식의 확산 등 사회·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부정교합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예방, 그리고 시기적절한 치료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앞으로도 이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