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국립발레단과 홍보영상 협업…“숙명과 설명 실천”

2024-09-30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 홍보 영상은 설득과 강요로 채워져 있습니다. 국립발레단과의 협업은 여기서 벗어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임기근 조달청장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수진 국립발레단장과 함께 만든 홍보 영상 ‘K-조달, The Next Stage’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공무원 특유의 설명조에서 벗어나 감성과 직관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취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라는 설명이다. 임 청장은 “국민들의 문화적 감수성과 시각도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며 “여기에 맞춰 조달청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려면 새로운 형식의 홍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달청의 홍보 영상에는 일반 시민들의 모습을 연출하는 단역배우나 전문 성우의 내레이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대에 오르는 것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라는 강 단장의 내레이션과 함께 변성완·조연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의 발레가 펼쳐진다. 훌륭한 발레 공연을 하는 데 필요한 △신뢰 △균형 △조화 △성장의 가치가 조달청의 비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연출했다.

영상에 출연한 강 단장과 무용수들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것도 특징이다. 변 솔리스트는 ‘제25회 프랑스 그라스 국제발레콩푸르 그라스상’을, 조 솔리스트는 ‘2022년 한국발레협회 프리마 발레리나상’을 수상했다. 솔리스트는 발레 공연에서 단독 무용을 하는 등 주요 배역을 맡는 무용수를 일컫는 말이다. 임 청장은 “강 단장이 굉장히 성의를 다해 무대를 구성했다”며 “예술의전당 무대를 활용하고 공휴일에 시간을 내서 촬영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발레단이 처음부터 이렇게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조달청의 협업 제안에 국립발레단은 난색을 표했다. 국립발레단 입장에서 조달청은 생소한 정부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임 청장은 강 단장을 직접 찾아가 설득전에 나섰다.

임 청장은 강 단장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게 공공판로를 개척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도록 돕는 것이 조달청의 미션”이라며 “발레 꿈나무를 육성해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고 싶다는 강 단장의 비전과 지향점이 같다”고 설득했다. 좋은 발레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용수들 사이의 신뢰와 균형이 중요하듯 공공 조달도 조달기업과 사용기관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홍보 영상에도 그대로 담긴 내용들이다. 임 청장의 설명에 강 단장은 그 자리에서 홍보 영상 협업을 승낙했다고 한다.

강 단장의 마음을 돌린 데는 임 청장의 평소 업무 신념인 ‘숙명과 설명’에서 비롯된 설득력이 역할을 했다. 임 청장은 “리더가 되면 조직원들을 다그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숙명”이라면서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설명과 소통이 충분해야 일이 원활히 돌아간다”고 말했다. 업무의 배경과 내용을 정확히 알려줘야 조직 전체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다 보니 임 청장은 기획재정부 시절부터 조직 내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기재부 초임 과장 시절부터 직원들이 선정하는 ‘닮고 싶은 상사’에 세 차례 꼽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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