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예년보다 빠른 시기부터 폭염이 이어지며 열돔 경보가 발령되고 원자력 발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20일(현지시간) 영국에선 기온이 30도 중반까지 치솟으며 일부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도 극심한 더위로 고통을 겪고 있다.
미국에선 올여름 들어 처음으로 '열돔(Heat Dome)' 경보가 발령됐다. 고기압에 갇힌 뜨거운 공기와 습도가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당국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더위와 관련된 건강 경보를 발령했다.
영국 기상청과 보건국은 65세 이상 고령자 및 심장·폐 질환자의 건강 위협을 이유로 23일 오전까지 잉글랜드 전역에 황색 폭염 경보를 발효했다.
특히 잉글랜드 동부 일부 지역에선 이날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이 지역의 평년 기온인 12도와 비교해 무려 22도나 높은 수준이다.

런던 위생열대의대와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19∼22일 기상예보와 사망 위험을 결합한 예측 결과를 발표하며 4일간 57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21일 하루에만 266명이 사망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20도 후반∼30도 초반의 날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위험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영유아, 임산부, 기저질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는 더욱 고온 현상이 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주말 프랑스 전역에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남부와 서부 지역의 기온은 38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프랑스 기상청은 해당 지역에 폭염 경보를 내리고 시민들의 건강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더위가 지속되면서 하천 수온도 상승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오는 25일부터 동부 론강의 높은 수온으로 인해 3.6기가와트(GW) 규모의 뷔제 원전 가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으로 발령된 수온 관련 경고다.
네덜란드도 이번 주말 최고기온이 34도에 이를 것으로 예보되며, 여러 야외 행사가 취소됐다. 남부 아인트호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야외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악기 손상 우려로 취소됐고, 트라이애슬론·마라톤 등 스포츠 대회들도 줄줄이 중단됐다.
미국에선 열돔으로 인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고온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돔은 고기압이 강한 상태로 유지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고 햇볕이 그 공기를 오븐처럼 계속 가열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폭염이 수일간 지속된다.
미 기상청(NWS)은 이번 주말 시카고를 포함한 중서부 일부 지역의 기온이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했고, 다음 주 초에는 오하이오 밸리와 동부 해안 지역까지 고온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온에 노출되는 인구는 약 2억5500만명으로 추산된다. NWS는 미 중부와 동부의 열기가 위험 수준에 도달해 지역별로 최고 기온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CNN은 열돔 현상의 영향을 받는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최소 8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주 초에는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뉴욕, 워싱턴DC에서 '극한 열 위험' 경보 4단계 중 최고 수준인 4단계가 발령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