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복합리조트 전쟁…"韓도 특별법 만들어 K컬처 융합 서둘러야"

2025-11-04

아시아 각국이 국가 전략산업으로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를 육성하며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IR 마리나베이샌즈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책임지며 5억 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아 관광 업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본·태국·필리핀·베트남 등 다른 국가들도 제2의 싱가포르를 꿈꾸며 마이스(MICE)와 엔터테인먼트 등을 융합한 IR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반면 한때 이들보다 앞섰던 한국 관광산업은 IR 개발 경쟁에 동참하지 못한 채 뒤처질 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카지노라는 단편적인 사행산업 규제에 묶어두는 현행법 체계로는 국내 관광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K컬처와 융합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K복합리조트’ 육성을 위해 싱가포르나 일본처럼 별도의 ‘IR 특별법’을 제정해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亞 IR 개발 전쟁…2030년 ‘오사카 쇼크’ 온다

아시아 국가들은 카지노를 핵심 시설(Anchor·앵커)로 삼으면서 수익 대부분은 호텔·쇼핑·마이스·예술·레저 등 비(非)카지노 분야에 재투자해 도시 전체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 관광 플랫폼으로서 IR을 활용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싱가포르가 40년간 금기였던 카지노를 허가하며 ‘IR’이라는 용어를 채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카지노를 철저히 관리하되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센토사에 카지노 이외의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싱가포르는 ‘재미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아시아 최고의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이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일본이다. 2030년 개장하는 오사카 유메시마 IR은 15조 원의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마이스 시설과 호텔·쇼핑·공연장을 집약했다. 싱가포르 모델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꼽힐 정도다. 태국과 필리핀 등도 내국인 카지노 이용 허용, 세제 인센티브를 결합한 적극적인 정책으로 전환했다.

국내 관광 업계는 한국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오사카 IR이 개장할 경우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연간 2조 원이 넘는 국내 카지노 및 관광 수요가 일본으로 유출될 것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내국인에 대한 카지노 출입 제한으로 시장 잠재력에 한계가 있고 마이스·엔터테인먼트 결합형 IR로의 확장이 부재하다는 점, 그리고 IR을 관광산업 인프라로 보지 않는 경직된 사회적 인식 때문에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본다. 한국관광학회장인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오사카 IR은 지역 연계형 콘텐츠와 공연 등을 융합해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구조”라며 “이 격차를 해소하지 못하면 강원도·제주·인천 등 기존 집적지 역시 직접적인 매출 감소와 연계 산업 침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융합 가치’ 수용 못 하는 현행법

전문가들은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카지노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R을 사행산업이 아닌 마이스와 K컬처를 융합하는 핵심 관광 인프라이자 고용 창출 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IR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는 2017년 개장 이후 공연, 쇼핑, 예술 전시, 레저를 아우르는 ‘도시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지노를 앵커로 하되 비카지노 시설인 마이스와 예술 전시가 집객 효과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실제 파라다이스시티가 창출한 누적 고용만 13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현행법은 이러한 ‘융합 가치’를 담아내기에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한계는 제도적 단절성이다. 카지노는 관광진흥법, 관광은 관광기본법, 문화콘텐츠는 콘텐츠산업진흥법, 도시개발은 또 별개의 법률에 묶여 IR 산업이 분절돼 관리되고 있다. IR의 핵심인 ‘융합형 가치사슬’을 하나의 법적 틀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마이스·엔터테인먼트·레저가 복합된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인센티브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싱가포르의 교훈…규제와 진흥 사이 균형 찾아야

IR 육성의 해법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싱가포르 모델’이다. 싱가포르는 강력한 규제와 높은 사회적 합의라는 이중구조를 통해 IR의 신뢰성을 확보했다. 독립된 게이밍규제위원회(GRA)를 설립해 면허 관리를 투명하게 하고 ‘기여금-커뮤니티 리턴’ 제도를 통해 IR 수익이 사회에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동시에 예측 가능한 규제와 인센티브 방향을 제시해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에 K관광이 아시아 IR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한국도 IR를 별도의 산업군으로 규정하는 ‘복합리조트 특별법(가칭)’ 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내국인 입장을 허용하는 ‘오픈 카지노’ 논의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서 교수는 “주변국이 IR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IR을 단순 사행시설이 아닌 관광·문화·기술 기반 산업으로 재정의할 법적 틀이 필요하다”며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 교수는 특별법의 핵심 요소로 독립된 IR감독위원회 설립을 통한 일원화된 관리 체계, 지역사회 환원 및 상생 의무 명시, 중독 및 소비자보호 통합 관리 시스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사회적 책임 기준을 꼽았다. 그는 “이러한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기존 외국인 전용 IR은 마이스와 문화 콘텐츠를 확대하는 ‘K IR 전환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IR이 한류 콘텐츠, 웰니스, 친환경 리조트와 결합한 ‘한국형 복합관광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지역 관광 거점화와 외국인 체류 기간 연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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