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수주는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고 국내 공기업은 지분 투자를, 금융사는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등 민관이 전방위적으로 참여해 계약을 체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국내 건설사들이 공사만 담당하는 도급 공사 계약이 대부분이었지만 카타르 플랜트 사업은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까지 하는 해외 투자개발형(PPP)이다.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한국남부발전은 발전 시설이 준공되면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얻는다. 정부가 올 7월 PPP 방식 수주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5조 원 규모의 첫 대형 계약인 만큼 PPP 수주를 늘리는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건설 기업의 해외 수주에서 PPP 방식 수주 비중은 2022년 3.3%(10억 2000만 달러)에서 올 상반기 8.2%(12억 7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이번 카타르 프로젝트 및 추가 수주까지 합하면 비중이 15%를 넘어 최대 18%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다. 반면 도급 방식 수주 비중은 2022년 96.7%에서 올해는 8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 발주처와 국내 기업이 도급형 사업보다 PPP 사업을 점점 선호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발도상국 등의 발주처는 경제성장에 따라 양질의 인프라 확대가 필요한데 막대한 재정을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발주처의 재정 상황이 나빠지면 공사비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경쟁 국가와의 ‘저가 경쟁’으로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크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게 PPP다. PPP는 입찰 기업이 재원 부담을 안고 도로와 공공 인프라 투자와 건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면서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발주처는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투자 기업은 단순 도급 대비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PPP 사업 수익성이 10%대로 3~5% 수준인 도급 사업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글로벌 PPP 시장은 2023년 861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2020년(509억 달러)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선진국에서는 노후 인프라 개량 및 유지 보수 수요가, 개도국에서는 신규 인프라 건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PPP 발주 방식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 기업은 수익성 다변화 차원에서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민간 기업만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프로젝트에 참여할 할 경우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 높은 대외 신인도를 보유한 정부 기관과 함께 투자에 나서고 있다. 대표기관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KIND다. 앞서 KIND는 지난달 삼성물산, KDB인프라자산운용,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튀르키예에서 2조 1000억 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삼성물산이 설계·조달·시공을 맡고 완공 이후 15년간 운영을 거친 뒤 튀르키예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최근 몇 년간 KIND가 참여해 수주한 주요 PPP 사업은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총 사업비 7억 5000만 달러)’ ‘베트남 흥옌성 산업단지(총 사업비 7700만 달러)’ 등이 있다.
정부도 올 7월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PPP 사업 수주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연내 1조 1000억 원 규모의 해외 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PIS) 2단계 펀드를 결성하고 KIND의 역할을 더 키우기로 했다. 우리 기업의 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KIND의 지분 투자 비중을 최대 30%에서 50%로 늘리고 지금은 불가능한 대주주로서 참여를 허용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또 KIND가 우리 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허용해 기업의 자산 유동화(엑시트)도 지원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PPP 수주액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PPP 수주 시장 선점 비율을 더 늘릴 수 있도록 프로젝트 발굴부터 사업성 검토, 금융 조달까지 민관 협력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