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의 진료 노하우를 이식하는 라오스 첫 국립대병원 건립 사업이 연내 첫 삽을 뜬다.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라오스에 차관을 제공하는 방식이라 건설부터 개원 직후 안정적 운영이 가능해질 때까지 국내 기업들이 밀착 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라오스 보건부는 지난달 일성건설(013360)과 ‘라오스 국립의과대학병원 건립사업’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EDCF를 재원으로 하는 공적개발원조(ODA) 프로젝트로, 수도 비엔티안에 현지 유일의 국립보건과학대(UHS·University of Health Sciences) 부속병원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의료기기 및 시스템 기자재 공급까지 포함된 통합형 사업으로, 건축 시공액 708억 원을 포함해 총 1182억 원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일성건설은 계룡건설산업·현대코퍼레이션·메디라인메디칼·비트컴퓨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에 성공했다. 2028년 지상 8층, 4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개원을 목표로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병원 건립을 포함한 인프라 구축과 별개로 운영에 관한 컨설팅은 서울대병원이 맡는다. 개원 전부터 병원 건립을 위한 의료계획과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현지 의료진을 한국에서 교육할 예정이다. 개원 후에는 3년 동안 전문 의료진들을 라오스 현지에 파견해 의료기술을 전수하게 된다. 병원 설립부터 안정적 운영까지 약 7년에 걸쳐 도우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병원 운영계획 수립부터 설계, 시공업체 선정까지 주요 절차를 라오스 보건부와 협력해 진행해 왔고 현재 착공 준비 단계”라며 “향후에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2028년 개원을 목표로 사업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2021년 9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종합건축사사무소명승건축·다인그룹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케이씨에이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꾸려 라오스 UHS 병원 건립을 위한 컨설턴트 선정 입찰에 참가했다. 국내 유수의 병원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그해 11월 계약을 체결했다. 컨설팅 사업비는 126억 원 규모로 전액 EDCF 차관으로 조달된다. 계약 체결 이후 약 4년 만에 라오스 첫 국립대병원 건립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한국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을 통해 라오스에 전수한다는 점에서 국내에도 의미가 크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는 의료 인프라의 대부분을 공공이 담당하고 있다. 가뜩이나 의료 자원이 낙후된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수요가 점점 증가하다 보니 자국 환자의 해외 유출이 심했다.
현지 상황에 밝은 관계자는 “UHS는 현지에서 유일하게 의대·치대·간호대를 보유 중이지만 부속병원이 없다”며 “일당제 사회주의를 유지 중이어서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고도 어려움이 많았는데 마침내 착공이 가시화됐다”고 귀띔했다. 그는 “수도인 비엔티안에서도 태국으로 넘어가 진료를 받을 정도”라며 “현지에서도 첫 국립대병원이 건립되면 자국 환자의 해외 유출을 줄이고 전문 의료인력 양성에도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과 라오스의 인연은 깊다. 서울대 의대는 2010~2020년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유지를 기리는 ‘이종욱-서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당시 라오스 의료진 82명을 서울대병원으로 초빙해 교육시켰고 현지에 출장을 가서 97명을 교육한 바 있다. 이번 사업도 그 연장선이다. 밑바탕에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 정부가 서울대 교육 원조 사업인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의료의 기틀을 마련해준 데 대해 보답해야 한다는 정신이 깔려있다. 당시 서울의대 교수진과 조교 77명이 미네소타대학 의대와 부속병원에서 연수를 가서 현대의학을 배워왔고, 오늘날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 한국 의료의 밑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