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Z를 위한 X의 가요⑭]

2024-06-30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4년 6월 5주 : 마로니에 ‘칵테일 사랑’

◆그룹 마로니에는,

기획자인 김선민을 중심으로, 솔로로 활동하는 가수들이 옴니버스 음반 제작을 위해 모여 만든 1990년대 혼성 프로젝트 그룹이다. 당시 버스킹을 하기 위한 팀들이 마로니에 공원에 나온 것을 보고 김선민이 아이디어를 얻어 팀명이 ‘마로니에’로 정해졌다. 당초 이들의 목표처럼, 데뷔 당시인 1989년 1집부터 3집까지는 객원 보컬을 영입하는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했다. 1집 앨범에는 김선민·권인하·신윤미, 2집에는 황치훈·김사미·이윤선·유주희, 3집에는 신윤미·최선원·김신우가 참여했다.

이후 1995년 4집부터는 객원 보컬이 아니라 정규 멤버를 영입하는 그룹으로 바뀌었다. 이때부터 김민경·김지영·신유상·원우혁이 정규 멤버로 활동했고, 5집(1996)에서는 신유상이 빠지고 이현욱이 함께 했다. 6집(1997)부터는 기존 마로니에의 곡 대부분을 작사·작곡한 프로듀서 김선민이 그룹에서 빠지면서 1998년 7집을 끝으로 그룹 활동이 종료됐다. 마지막 7집 활동 멤버는 양준석, 임승선이다.

◆‘칵테일 사랑’은,

1994년 3월에 발표한 3집 앨범 ‘마로니에3’의 타이틀곡으로, 팀의 프로듀서였던 김선민이 작사·작곡했다. 1967년 제작된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의 주제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가사 내용으로 사용하고, 잉글랜드의 록 밴드 UB40이 1993년에 발표한 리메이크 히트곡 ‘캔트 헬프 폴링 인 러브’(Can't Help Falling In Love)의 리듬을 참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곡은 마로니에의 최대 히트곡이면서 앨범이 발매됐던 당시인 1994년 최고의 히트곡으로 자리매김 했다. 해당 곡이 수록된 3집 앨범은 약 100만장을 판매하면서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만큼 서영은, 거북이, 에일리, 안녕바다, 여자친구, 경서, 옥상달빛 등 후배가수들에 의해 꾸준히 리메이크 음반으로 소개됐고, 대중매체에서도 다수 리메이크가 진행됐다. 또 tvN ‘응답하라 1994’(2013) ‘건축학개론’(2012) ‘벌새’(2018) ‘유열의 음악앨범’(2019) ‘마음 울적한 날엔’(2020) 등 드라마와 영화 삽입곡으로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마로니에라는 그룹에게 최고의 순간을 가져다준 곡이지만, 동시에 분쟁을 가져다준 곡이기도 하다. ‘칵테일 사랑’은 기존 신윤미, 최선원, 김신우가 불러 크게 화제를 모았는데 이들이 없는 상황에서 곡이 히트하자 음반회사가 이 곡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멤버 백종우, 김정은, 김민경을 방송 활동 가수로 내세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사실상 기존 녹음 음원에 립싱크로 TV에 출연하면서 마치 마로니에가 부른 것처럼 혼란을 준 셈이다.

립싱크 파문 이후 음반회사는 ‘칵테일 사랑’ 재녹음 버전에서도 신윤미가 편곡하고 직접 부른 코러스를 도용했다. 신윤미는 앨범에 자신은 물론 함께 노래를 부른 멤버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것을 인지한 이후 이름을 되찾기 위해 저작권 법적 분쟁을 시작했다. 재판 결과 신윤미는 ‘가수의 성명표시권’ ‘코러스 편곡 저작권’을 인정받았다. 당시 재판은 가수가 제작사를 이긴 첫 판례다.

신윤미는 JTBC ‘슈가맨3’ 출연 당시 “그 당시에는 저작권을 다루는 변호사가 단 한 분도 없었다. 그래서 그때 인권 변호사였던 박원순(전 서울시장)이 담당 변호사였다”라며 “그 당시는 검사, 판사 모두 저작권이 뭔지도 모르는 시절이었다. 그래서 내가 법정에서 직접 ‘칵테일 사랑’ 노래를 불러가며 승소했다”고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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