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학에 다 붙었다. 모두가 선망하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사회학과)는 물론, 성균관대(글로벌리더학부)와 한양대(정책학과)까지 합격했다. 하지만 이들 학교 대신 캠퍼스도 없는 대학을 선택했다. 2023년 5월 미네르바대(경영학부) 졸업 후, 미국계 빅데이터 스타트업 데이터브릭스에서 사업개발 담당자로 일하는 임지엽(26)씨 얘기다.
서울대 포기한 거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AI)·기후변화·팬데믹 등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을 배웠거든요.
미네르바대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꼽힌다. 한국의 국제경쟁력연구원을 포함한 세계 5개 기관에서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에 2022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했다. 올해 기준으로 펜실베이니아대(4위)·하버드대(11위)·프린스턴대(14위) 같은 아이비리그는 물론 매사추세츠공과대(MIT·5위)·스탠퍼드대(6위)보다도 높은 순위다.

하지만 한국에서 서울대 대신 미네르바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대학 서열이 뚜렷하고, 학벌주의가 만연한 사회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가 대입을 치를 당시 미네르바대는 신생 대학으로 이제 막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임씨 역시 캠퍼스가 없고, 해외 7개 도시를 돌며 온라인 세미나 수업을 한다는 정보만 알고 지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국제기구나 해외 취업을 꿈꿨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그는 “미네르바대를 다닌 덕분에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경쟁력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 무엇보다도 필요한 능력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세계혁신대학 1위, 나는 미네르바 대학으로 간다』도 냈다. 그는 과연 미네르바대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운 걸까? 지난 6일 그를 직접 만나 들었다.
Intro. SKY 거절하고 미네르바대 갔다
Part 1. 학종 준비, 미네르바대도 통했다
Part 2. 문제해결력 제대로 배웠다
Part 3. 모두에게 추천하지는 않는다
🙋♀️학종 준비, 미네르바대도 통했다
임씨는 수능을 100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미네르바대 지원을 결심했다. SKY를 목표로 수시·정시를 준비하면서 미네르바대 자체 입학시험까지 치렀다. 미네르바대의 입학 전형은 그가 주로 준비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달랐지만, 전부 합격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한양대, 그리고 미네르바대까지 말이다. 그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6지원 6합격의 재능’이란 글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비결이 뭘까? 임씨는 “성적뿐 아니라 탐구력·사고력·자기주도력을 갖춘 ‘학종형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학종형 학생이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인상적인 스토리를 쓸 수 있는 학생을 말해요. 그러려면 궁금한 걸 스스로 배우고 탐구하면서 다른 분야와 연결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고1 영어 시간에 에이즈 관련해 조별 발표했던 얘기를 들려드릴게요. 저는 단순히 지문 독해에만 그치지 않았어요. WHO의 정책과 세계 빈곤 문제까지 연결해서 탐구 활동을 했죠. 고3 때는 책이나 신문 기사 등을 갖고 수업하는 토론 동아리도 직접 만들었고요. 같은 책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고, 주제를 확장해 나가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 계획적인 활동은 한 적은 없어요. 진짜 관심 있는 활동을 하다 보니 나만의 스토리가 생겼고, 그게 미네르바대에도 통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