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적자 수렁, 명품 플랫폼 한계 달해
'버티컬 플랫폼' 한계 속 가품 논란까지

3대 명품 플랫폼 발란의 미정산 사태가 현실화 되자 명품 플랫폼업계 구조조정설이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명품업계 재편 속 지속되는 적자 수렁에 빠진 명품 플랫폼업계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이 일부 입점사에 대한 정산 지급을 중단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24일 정산일에 임박해 돌연 지급 지연에 나서면서 유동성 확보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발란 관계자에 따르면 매월 정산 규모는 300억 원 수준으로, 회사 측이 언급한 정산금 오류 금액은 수십억 원에 이른다.
병행 수입·셀러 의존도 높아 정산 리스크↑…명품시장 재편 속 경쟁력 직격탄
발란은 '정산금 오류 점검에 따른 정산 지연'이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면서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명품 플랫폼이 코로나 시기 비정상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엔데믹 이후 온오프라인 경계 붕괴로 명품시장 거품이 꺼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버티컬' 특성상 출혈 경쟁에 나서면서 톱스타 기용 등 과도한 광고 선전비 지출 등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며 최근 몇 년간 적자폭을 키워 유동성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사 감사보고서에서 트렌비는 2023년 영업손실 32억 원, 머스트잇 79억 원, 발란 100억 원으로, 엔데믹 전환 후 내리막길이다. 특히 발란의 경우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77억 3100만 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명품 플랫폼의 카드 결제액은 2022년 9245억 원 수준에서 2024년 3758억 원으로 59% 급감했다.
무엇보다 최근까지 젠테 등 일부 명품 플랫폼의 정·가품 리스크에 따른 수요 감소로 브랜드 인지도나 신뢰도가 높은 e커머스들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명품 버티컬의 영향력도 감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요 e커머스들은 정품 인증 및 보증 제도를 강화해 수요가 이동하자 명품 플랫폼의 과도한 마케팅은 부메랑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백화점 계열사인 SSG닷컴과 롯데온 등은 오프라인 연계에 따른 글로벌 브랜드 유치력, 가품 변별 시스템 등 품질·신뢰도에 대한 강점을 활용해 명품 카테고리 매출은 상승세다.
SSG닷컴의 경우 2021년 8월 SSG개런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보증, 배송,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명품 플랫폼' 구축 아래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 기반의 명품 디지털 보증서 'SSG 개런티'와 가품 200% 보상제를 활용해 명품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다.
롯데온의 경우 명품 버티컬 '온앤더럭셔리'가 지난 2년간 20%대 성장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11월 명품 쇼핑 서비스 '럭셔리 쇼룸'을 선보이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쿠팡의 명품 뷰티 서비스 알럭스(R.LUX)의 상승세 역시 100% 직매입에 따른 신뢰도로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은 직매입이 아닌 병행수입 위주거나 상품 DB를 끌어오는 개념으로, 매입 비용이나 입점사 정산 부담이 큰 구조"라면서 "발란의 미정산은 단순한 오류라기 보다는 엔데믹 후 하향세인 명품 플랫폼 업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전반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뉴스1>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