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챗GPT “성능 우위, 작업 따라 다르다” 겸손한 답변
중국 AI, 입시처럼 족찝게 학습… 개발 시간·비용 줄여
트럼프 “좋은 일” 딥시크 칭찬했지만, 자국AI 투자 관심
AI들, 美의 中 AI 통제 가능성에 무게…미 하원 “사용 금지”
개인정보 유출 우려 伊 이용 금지…英·佛 정보 보호 질의서
“너랑 딥시크랑 누가 더 똑똑해?”
챗GPT에게 물었더니, “‘누가 더 똑똑한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작업에 더 적합한가’로 보는 게 맞을 것 같아”라는 답이 돌아왔다.
챗GPT(4o 버전)는 딥시크의 강점으로 ‘무료’거나 ‘(유료버전) 훨씬 저렴’하다는 점, ‘수학 문제나 논리 퍼즐에서 매우 강력한 성능’을 보인다는 점, ‘오픈소스 모델이기 때문에 누구나 연구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일부 테스트에서는 챗GPT 모델과 비슷하거나 더 뛰어난 결과를 내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신(챗GPT)의 강점으로는 “더 광범위한 주제, 창의적인 작업, 자연스러운 대화”를 꼽았다.
같은 질문을 딥시크에게도 해봤다.
딥시크(R1 버전)는 “저와 챗GPT는 각각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라며 존댓말로 답했다. 이어 “저는 한국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 문화와 관련된 질문에 더 잘 대답할 수 있어요”라며 이용자가 한국인 임을 알고 있는 것처럼 답했다. 딥시크 역시 “누가 더 똑똑한지는 질문의 내용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라며 겸손을 부렸다.
혜성처럼 등장한 딥시크로 인공지능(AI)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31일 정보기술업계(IT)와 챗GPT의 답변 등에 따르면, 딥시크는 오픈AI의 챗GPT ‘o1’ 모델과 수학·논리적 추론에서 대등한 성능을 보이는 딥시크 ‘R1’ 모델을 공개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딥시크 모델로 한 때 미국 증권 시장에서 AI·반도체 관련 주식이 급락했다. 시장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지만,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챗GTP의 경우 수백억 달러의 개발비가 들었지만, 공식적으로 딥시크는 600만 달러 정도의 훈련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개발비가 저렴한 만큼 이용 비용도 챗GPT보다 95%나 낮다.
이 중국산 AI의 등장에 서구권에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발표된 것과 달리 딥시크가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칩이 많고, 훈련비용도 더 들었을 것이란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런 비판 속에서도 딥시크의 성능에 대해서만은 일단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타임지는 딥시크의 성공이 미국의 AI 반도체 수출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짚었다. 또 AI (개발·운영에 대한) 가격 전쟁이 태평양을 넘어 미국으로 퍼질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제 무역 분야를 넘어 IT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미국과 기술력 차이 단숨에 좁혀
31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해 펴낸 ICT기술수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AI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한국은 88.9%, 중국은 9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술격차(기간)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1.3년, 중국은 0.9년 늦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이 조사에서 중국의 기술격차는 2021년 0.8년에서 2022년 0.9년으로 0.1년 더 떨어졌다.
당시 중국은 AI 논문 증가에도 실질적인 응용·사업화 분야의 발표가 더디고, 중국 알리바바에서 영상 생성형 시각지능 모델인 ‘통이완시앙’을 출시하였으나 베타서비스 외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역시 최근까지 중국이 자국보단 AI 기술에서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했다.
스탠퍼드 인간 중심 AI 연구소(HAI)는 2024년 기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36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이 기술 최강국이며, 중국은 2위지만 큰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AI에 따르면, 미국은 민간 AI 투자금이 약 89조원으로 중국의 10조원을 9배 가까이 앞섰다. 머신러닝 모델 개발도 미국은 61개로 중국의 15개를 압도했다.
HAI는 미국은 AI 분야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았고,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같은 HAI 조사에서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의 뒤를 이어 AI 기술 순위 7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이번 딥시크의 등장으로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어떻게 기술격차 극복했나
중국 AI의 급속한 기술 발전은 쉽게 말하면 ‘성적을 잘 받기 위한 동양식 학습 방식’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미국 AI인 챗GPT가 기초부터 전체 변수(대규모언어모델, LLM 방식) 학습을 통해 지식의 저변을 넓힌 것과 달리, 중국은 어느 정도 통제된 기반하에 집중적으로 학습을 진행(전문가혼합모델, MoE 방식)했다.
수학능력시험에 잘 나오는 문제 위주로 공부해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처럼, 필요한 부분만 따로 카테고리를 분류해 집중적으로 학습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보다 빠르게 저비용으로 학습이 가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런 학습 방식의 차이 외에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세계 최대의 중국 인구, 세계 최대 인터넷 사용자 수를 활용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 기존 오픈소스 AI 모델의 분석 등이 조기 개발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꼽힌다.
학습 방식의 차이로 특정 연산에선 딥시크가 더 똑똑할 수 있지만, 전반의 지식을 종합해 추론하는 능력은 여전히 챗GPT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에 따르면 딥시크가 최근에 선보인 R1 모델은, MoE 방식이 아닌 LLM 방식으로 학습했다. 기존 개발 모델을 발판으로, 단시간 내에 다시 차이를 극복하며 진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치열해지는 경쟁… 새로운 전쟁 서막
미국업체들은 이런 딥시크의 등장에 긴장하며 견제에 나섰다. 2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딥시크가 AI 모델 훈련을 위해 오픈AI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오픈AI는 자사의 모델 정보를 빼가려는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을 금지했고, “(딥시크가)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는 증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능성은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딥시크의 등장에 대해 최근 미 플로리다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럴 리조트에서 열린 하원 공화당 콘퍼런스에 참석 “중국과 중국 일부 기업에 대해 읽어봤는데, 한 기업이 훨씬 빠르고 저렴한 AI 방법을 고안해 냈다”면서 “그건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하면 돈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딥시크 출시로 우리 업계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국 우선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트럼프의 이런 뜻밖의 칭찬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다음 날인 21일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등을 미국에 구축하는 ‘스타게이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딥시크 “미국 규제, 가능성 충분”, ·챗GPT “안보·기술 패권 핵심”
딥시크에게 “미국이 중국 기술인 딥시크를 규제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자,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딥시크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경쟁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발전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 데이터 프라이버시, 경제적 이익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된 결정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챗GPT 역시 규제 가능성을 내다봤다. 같은 질문에 챗GPT는 “미국이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기업을 규제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면서 “이미 틱톡, 화웨이, SMIC(중국 반도체 기업) 등을 겨냥한 다양할 제재를 시행한 바 있으며, AI 기술이 국가 안보 및 기술 패권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연방하원은 최근 의원과 직원들에게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는 조처를 했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중국이 AI 분야에서 미국에 우위를 점하려 한다”며 우려했다. 미국 상무부는 딥시크가 수출 통제 대상인 AI 반도체를 사용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로의 정보 유출 우려도 적지 않다. 딥시크는 약관에 따라 이용자들이 입력한 키보드 패턴, 텍스트, 오디오, 파일, 피드백, 채팅 기록 등을 수집하며, 법적 요구가 있을 경우 이를 법 집행기관이나 공공기관과 공유할 수 있다. 딥시크의 서버는 중국에 있다.
외신은 이탈리아가 개인 정보 사용을 불투명성을 이유로 딥시크의 접속을 차단했고, 영국과 프랑스는 딥시크에 정보 보호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개인정보 수집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질의서를 딥시크 측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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