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대부업체 기승, 왜?
수익률 500% ‘쏠쏠한 사업’
물주나 업체 실소유주 처벌 거의 없고
부하 직원들 기소돼도 벌금·집유 그쳐
조직 범행 사례 많고 재범 가능성 높아
대부업법 개정안 7월 시행
자기자본 요건 높이고 벌금 대폭 상향
불법 계약 드러나면 이자 전체 무효화
‘누구나 개업’은 한계… “인·허가제 필요”

“어차피 애기(부하)들이 잠시 피곤할 뿐이지, 저야 수익률만 보면 접을 이유가 없죠.”
수도권에서 미등록 대부업체 3곳을 운영 중인 방모씨는 “미등록이든 불법채권추심이든 물주나 실소유주가 처벌받은 걸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직원들이 불구속으로 기소돼 벌금이나 집행유예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도 했다. 방씨는 “의외로 채권추심을 하겠다는 젊은 친구들도 꾸준히 있어 내가 직접 나가서 문제 되는 경우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대부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시각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방씨는 “미등록 대부업체라고 연 1000%, 2000%씩 이자를 받아내는 건 아니다”라며 “그렇게까지 몰아붙이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그는 “수수료만 주면 플랫폼에서 알아서 알선하고 진행해주는데 굳이 힘들게 대출할 사람을 찾아다닐 일도 없다”며 “수익률만 보면 그만둘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최소한 자본금의 50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는 7월 대부업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처벌을 강화하고 등록요건도 강화했다. 정작 불법사금융의 온상인 불법대부업 당사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방씨의 이야기처럼 막상 사법당국의 처벌이 솜방망이로 이뤄지다 보니 그들에게는 감수할 만한 ‘비용’을 지불하면 그만이다. 이들의 반복적인 미등록 대부업과 불법채권추심을 막기 위해선 보다 속도감 있고 엄격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솜방망이 처벌… 실형률 10%도 안 돼
대부업법 위반과 채권추심법 위반으로 경찰이 접수한 사건은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어려워진 내수로 자영업자 등 서민대출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불법사금융 범죄가 증가했다. 높은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곳은 온라인상에서 1분 만에 대출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미등록 대부업체다. 불법채권추심의 피해자로 쉽게 전락할 수밖에 없다.
13일 법무부의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사건처리현황에 따르면 2021년 1314건이던 대부업법 위반 사건은 지난해 3293명으로 150.8%, 같은 기간 채권추심법 위반은 701명으로 122.54% 각각 급증했다. 올해 들어선 두 달 만에 각각 462명과 127명에 대한 사건을 접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수사기관이 접수한 채권추심법 관련 사건 중 구속기소된 피의자는 6명으로 0.8%에 그친다. 대부업법 위반 사건의 구속기소 피의자는 2.9%(97명)로 3%가 채 되지 않는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대부업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람 중 실형은 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형과 집행유예가 각각 약 39%를 차지했다. 10명 중 9명은 솜방망이 처벌로 나와 다시 불법대부업체를 만들고, 조직을 구성해 불법사금융 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구조다.
대부업법 위반 재범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방씨의 사례처럼 대부업법 위반은 마약이나 도박범죄와 같이 재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무등록 대부업 또는 불법채권추심과 관련된 위반 행위는 조직적인 경우가 많고, 이익을 위해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다수다.
불법사채로 벌어들인 수익을 환수하는 건 더 어렵다. 현행법으로 법정 상한(연 20%)을 초과한 이자만 범죄수익으로 추징할 수 있어 불법사채를 하다 걸려도 빌려준 돈뿐 아니라 이자도 20%까지 보장받는다.

◆대부업법 개정으로 처벌 강화… 등록제는 한계
불법사금융 문제가 확산하면서 대부업 등록 기준 상향, 불법사채업자 처벌 강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후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불법사채업자의 대부계약은 이자 전체를 무효화하고, 벌금 최고형도 10배 상향해 기존 5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올렸다. 법정 최고금리 위반 시 벌금도 기존 3000만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대폭 상향했다.
21년 전 개정된 현행 대부업법은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허술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행 대부업법은 1000만원의 자본금과 10시간의 협회 교육을 이수하면 된다. 자격시험은 없고 미등록 대부업체 운영 시 징역 5년, 불법고금리 사채의 경우 징역 3년을 최고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등록대부업체의 등록요건에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법인의 경우 현행 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데 그쳤다. 일본의 경우 대출업무에 3년 이상 종사하고 5000만엔에 달하는 자본금을 영업 중 유지하도록 하는 등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대부업 자격시험에 합격한 직원이 상주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자격시험 합격률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 미등록 대부업을 할 경우 징역 10년을, 불법고금리 사채까지 할 경우 징역 5년이 더해진다.
김치라 민생연대 변호사는 “현재는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대부업을 할 수 있는 등록제로 운영되는데, 인·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며 “불법사채 피해자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차상진 불법사채피해회복센터 변호사는 “금융기관들의 ‘묻지마 대출’과 대포통장, 대포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대출광고 등 총체적인 문제를 함께 근절해야 불법사금융 피해가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사기관이 영장을 받는 데만도 한 달 시간이 걸린다”며 “피해자들이 착취당한 대출이자를 지키고 피해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선 계좌동결조치 등을 수사기관에서 발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건호·박미영·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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