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내리고 ‘핫플’ 띄웠다…현대·롯데·신세계, 3색 키워드로 한판승부

2024-09-23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e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사는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엔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온라인에 밀렸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빅3’ 백화점이 ‘백화점’이라는 간판까지 떼어내고 사활을 건 승부를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빅3 백화점은 저마다 차별화된 키워드를 무기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을 넘어 부산까지 3파전이 번지는 모양새다. 롯데는 메머드급 복합쇼핑 타운으로, 현대는 젊은층이 열광하는 팝업·디저트 성지로, 신세계는 세계 미식가의 명소로 변신을 꾀하며 경쟁에 나섰다.

■백화점 패러다임 바꾼 현대…팝업·디저트 천국

유통업계는 특히 현대백화점을 주목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가짓수를 앞세웠던 이전과 달리 ‘젊은이들의 핫플’로 등극하며 한국 백화점의 트렌드를 바꿨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키워드는 ‘팝업 스토어’와 ‘디저트’다. 특히 더현대 서울의 경우 기존 백화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팝업을 해마다 400여개 열면서 MZ세대들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했다. 실제 지난해 더현대 서울의 전체 매출 중 20~30대 비중이 절반 이상(55%)을 차지한다. 올 상반기에는 가상현실 아이돌 ‘플레이브’ ‘이세계아이돌’ ‘스텔라이브’의 릴레이 팝업으로 한 달간 70억원의 매출을 올려 패션브랜드 팝업(10억원)의 7배를 기록하며 기세를 떨쳤다.

디저트 역시 현대를 MZ들의 놀이터로 손꼽는 이유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명 카페와 베이커리 등 국내외 맛집 1호점을 잇달아 유치하며 연일 오픈런을 연출하고 있다. 지난달 더현대 서울에 문을 연 ‘고디바 베이커리’를 비롯해 고든램지 스트리트버거(무역센터점), 국내 최초로 깨먹는 티라미수 ‘하트 트라미수’(더현대 서울), 일본식 베이커리 ‘에키노마에’(중동점) 등이 대표적이다.

패러다임을 주도해온 현대의 도전은 부산에서도 통했다. 기존 부산점을 ‘커넥트 현대’로 리뉴얼 오픈하면서 백화점·아웃렛·미술관을 결합시킨 신개념 실속형 유통 모델을 시도했고 예상대로 부산 전역을 흔들었다. 현대만의 팝업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지난 6~18일 새단장을 기념해 선보인 국내 첫 ‘도쿄 장난감 미술관’ 팝업의 경우 하루 입장객을 600명으로 제한했지만 사전 예약 당일 모두 마감될 정도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이 인증샷 명소로 20~30대에게 주목을 받았듯 커넥트현대가 부산의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오는 2027년에는 서부산 에코델타시티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부산점을 새롭게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쇼핑 1번지 명성…초대형 쇼핑복합 ‘롯데타운’

현대백화점의 성공에 놀란 곳은 롯데백화점이다. 롯데는 새로운 유통의 키워드로 ‘시너지’를 제시했다. 백화점만이 아닌 호텔·시네마·마트 등 그룹 계열사가 힘을 모은 매머드급 ‘원롯데 타운’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2022년 롯데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2조원 클럽에 가입한 잠실점,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은 물론 월드타워, 석촌호수, 대형 잔디 광장 등을 아우르는 초대형 쇼핑 복합타운이 서울 대표 명소로 자리잡으면서 지난해 롯데타운을 찾은 방문객이 무려 550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쇼핑 1번지’로 불리던 소공동 본점은 관광 특구 명동상권을 이끄는 선봉장으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서울시와 펼친 ‘명동 페스티벌’이 봄의 시그니처 축제로 떠오르며 지난해 역대 최대인 2조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올해 들어선 8월까지 50% 증가했다.

롯데타운 전략은 부산에서도 먹혔다. 2014년 부산 신흥 관광단지인 오시리아에 문을 연 롯데프리미엄아울렛 동부산점은 아웃렛, 메종관, 마트, 시네마까지 결합된 하이브리드형 아웃렛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롯데월드 테마파크와 최고급 호텔까지 문을 열면서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대 매출(연 7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방문객은 650만명으로, 올해 1~8월 외국인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백화점 중 유일하게 서울 강남·강북에 연매출 2조원 매장 2곳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구도심인 부산 광복점 전망대는 연말연시는 물론 365일 인증샷 명소로 북적인다”고 말했다.

■럭셔리 백화점 1등 자부…미식가들의 신세계

신세계백화점은 ‘미식가들의 핫플’로 정평이 났다. 올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새롭게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가 특급 호텔 수준의 고품격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맛의 향연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폐점 시간이 통상 오후 8시이지만 이곳은 2시간 늦은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하이엔드 푸드홀(12개 레스토랑)과 고급 주류 전문매장 와인셀라, 패션·뷰티·리빙 등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분더샵, VIP 전용 공간을 갖추고 있다. 와인 한잔과 함께 여유로운 만찬을 즐길 수 있는 ‘제3의 공간’으로 입소문이 났다. 국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 40여개를 한 곳에 모은 디저트관도 각광받고 있다.

신세계 명성은 부산에서도 자자하다. 해운대에 위치한 센텀시티는 축구장 28개(약 6만평)와 맞먹는 규모로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고, 지난해엔 비수도권 지역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도심 속 유원지로 불리는 센텀시티는 아이스링크, 공룡 테마공원 주라지 등 다채로운 체험 시설은 물론 압도적인 스파랜드로도 유명하다. 2009년 오픈할 당시 지하 1000m에서 천연 온천수가 발견되자 4000여명이 즐길 수 있는 초대형 찜질 시설을 선보였다. 도심 휴양형 온천 명소인 신세계 스파랜드는 18개 온천탕, 13개 테마 찜질방, 실외족탕 등 대규모 호텔급 스파시설로 부산시민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들이 꼭 한 번 찾아야 할 곳으로도 손꼽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가 들어서는 곳마다 쇼핑과 즐길거리, 문화·예술 등 일상을 풍요롭게 채우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럭셔리 백화점 1등이라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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