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처음으로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11일(현지시간) 오전 8시 30분. 미국 워싱턴 인근 알링턴에 위치한 비영리 푸드뱅크 앞에 마리아(가명)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줄을 섰다.

마리아는 어눌한 영어로 “SNAP(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 지원이 끊기면서 우유 살 돈도 떨어졌다”며 “공휴일이라 아이를 봐줄 곳이 없어서 함께 왔다”고 했다. 푸드뱅크에서 받은 우유와 계란, 야채 등 긴급 구호 식품을 든 그의 손은 흐느끼듯 떨렸다. 옆에 있던 디에고(가명)도 스페인어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듯한 말을 했다. 기자가 알아듣지 못하자 “고통스럽다. 너무 힘들다”는 짧은 영어를 반복했다.
“굶주린 사람들을 볼모로 한 정치 게임”
이날로 42일째 이어진 셧다운(연방정부 일시 업무중지)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저소득층의 현실이다. 정치권이 벌인 예산안 ‘전쟁’으로 미국 인구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4200만명에게 지급되던 생계 지원금이 끊겼다.

‘알링턴 푸드 어시스턴스 센터(AFAC)’의 디렉터 릴리 듀란은 “셧다운 전에는 3000여 가구를 지원했는데, SNAP 지원이 끊기면서 이곳에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400가구 이상이 늘었다“며 “이곳은 이민자를 추방하는 당국과는 무관하지만 신분이 노출될까 걱정해 지원을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센터의 내부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걸렸을 때 지킬 수칙 등을 소개한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센터 측은 “우리에겐 고객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부 촬영 제한에 따라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SNAP이 없으면 당장 아이들에게 줄 저녁거리도 없는 분들”이라며 “정치인들이 굶주린 사람들을 볼모로 삼아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정치 게임’의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원봉사자 렌트 베일리도 “장애가 있거나 여러 이유로 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고 오늘도 5가정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그들은 이걸로 이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야 한다. 생존은 인권 문제 이상의 것이란 걸 모두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리’ 깔고 누운 승객…“어처구니 없는 상황”
같은 시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엔 결항과 지연을 알리는 전광판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승객들로 붐볐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결항 소식을 들었다는 리처드는 “평소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는데 출발 1시간 전에 결항 소식을 알게됐다”며 “정말 어처구니 없는(ridiculous) 상황”이라고 했다. 공항 곳곳엔 결항으로 인한 대체 노선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아예 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셧다운으로 월급을 받지 못한 항공관제사들이 ‘알바’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출근을 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항공 대란으로 이날 하루 미국 전역에서 1200편 이상의 항공편이 결항됐고, 1650편 이상이 지연됐다.

1000편 이상의 결항 사태는 이날로 닷새째로, 지난 7일 연방항공청(FAA)의 4% 운항 감축 지시 이후 6%까지 높아졌다. 14일엔 결항 비율이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 관계자는 “일반 여객기에 앞서 개인 전세기 등을 먼저 결항하기 때문에 공식 결항 비율보다 훨씬 많은 비행기들이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며 “항공사 입장에서도 손해가 커지고 있지만 관제사가 없는 상황에서 승객의 목숨을 걸고 운항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숀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날 위스콘신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항공편 감축에 대한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며 “감축 완화가 가능하다는 (인력 복귀 등의)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 일단 분석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셧다운 충격에도…트럼프 “민주당에 거둔 승리”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알링턴국립묘지에서 열린 ‘재향 군인의 날’ 행사 연설에서 셧다운이 종료 수순을 밟는 데 대해 “민주당에게 거둔 승리”라고 자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및 무소속 상원의원 8명의 막판 합류로 상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과 관련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을 호명하며 “언젠가 매우 위대한 인물로 기억될 것이고, 당신과 존(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그리고 모두에게 아주 큰 승리”라고 말했다. 존슨 의장은 12일 상원을 통과한 예산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스포츠 채널 ESP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를 열게 됨으로써 민주당을 상대로 큰 승리를 거뒀다”며 “그들(민주당)은 재협상에서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별도 표결을 약속한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과 관련해선 “감옥, 갱단, 정신병원에서 불법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 1조5000억 달러(약 2192조7000억원)의 의료비 등을 주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부결’을 압박했다.
“민주는 ‘전투’ 졌지만, 트럼프는 ‘전쟁’ 질 위험”
민주당 등 8명의 의원들은 보조금 관련 표결을 조건으로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당론을 어기로 공화당의 예산안 처리에 동참했다.

그러나 ‘빈손’으로 물러나게 된 민주당은 지도부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등 내홍에 빠졌다. 반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보조금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오히려 정치적 위험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올해말 보조금 지급이 종료될 경우 수백만명의 건강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우리는 그 문제(보조금 연장)를 고치고 싶었지만 공화당이 ‘안 된다’고 했다”며 “이제 그것은 그들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오바마 케어와 관련된 여파는 곧 현실화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셧다운 전투에서 졌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전쟁에서 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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