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카드가 자동차 할부금융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22년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던 자동차 시장이 개별 소비세 인하 등으로 바닥을 찍고 다시 성장세를 보인 영향이다. 고금리와 경기 위축 등으로 크게 쪼그라 들었던 자동차 할부시장도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1분기 할부금융 취급액은 103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235억원 대비 342% 증가했다. 할부금융 가운데서도 특히 자동차 할부 취급액은 7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5억원 대비 5배 이상이 늘었다.
실제 삼성카드의 경우 2023년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액을 501억원 수준까지 대폭 줄였다. 2022년 취급액 3947억원의 12% 수준이다. 올해 1분기의 가파른 증가세는 그간 고금리에 따른 할부금융 축소에 따른 기저효과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고 증가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인해 자동차 판매시장이 성장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1분기 할부금융 취급액이 582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253억원 대비 79%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1분기 자동차 할부금융 취급액이 1833억원을 기록해 직전 년도의 1499억원 대비 22.2% 증가했다.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에서는 할부금융 취급액이 줄었다.
삼성카드를 비롯한 일부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 취급액 증가 추이를 두고 여신업계에서는 그간 미뤘던 신차 구매 수요가 다시 발생하기 시작한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실제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은 2022년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말 기준 6개 전업카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KB국민)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9조4709억원으로 전년(9조6387억원) 대비 167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신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6.5%가 줄었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캐피탈사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자동차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다. 고금리 기조도 완화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나아지고 있는데다, 개별 소비세 인하에 따른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동산 PF 등에 주력해 관리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자동차 할부 뿐만 아니라 렌트나 리스 등 다양한 분야의 자동차금융에서 다시 영업을 확장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시장 확대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카드사의 신차 할부 확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전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