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가즈아키 “유령보다 무서운 것은 인간”

2025-06-22

이라는 작품을 쓸 때, 작품에 등장하는 ‘전신강직간대발작’에 대해서 의학서를 조사하고 있었다. 책을 보고 있는데 눈앞에서 누군가가 발작을 일으켜 쓰러졌다. 내 인생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우연의 일치일 수 있지만, 확률로서 일어나기는 어렵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61)는 글을 쓸 때 가끔 신기한 일을 겪는다고 했다. 신간 <죽은 자에게 입이 있다>를 들고 2025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작가를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만났다.

국내에서만 10만부 넘게 팔린 <제노사이드>를 포함해 그의 작품은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인기다. 다만,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다른 추리 작가들처럼 작품 수가 많지는 않다. 어머니를 간병하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집필에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는 수첩이 있는데 “수첩 하나가 다 차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수첩은 A4 용지 4분의 1 정도 크키로 그리 두껍지 않다고 했다. 20대부터 써왔는데 최근 4번째 수첩을 쓰고 있다.

신간은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렸다. 이중 네 편이 미발표작으로 이번 책은 일본보다 한국에서 먼저 발간했다. 작품들은 유령 등 초자연 현상을 소재로 하는데, 인간과 유령 중 “실제로 피해를 주거나 더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고 했다. 한 사찰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며 시작되는 표제작은 범인인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하는 작품으로 사건의 열쇠는 죽은 자인 유령에게서 나온다.

그는 흔히 ‘사회파 추리 작가’로 분류된다. 일본에서 100만부, 한국에서 5만부가 넘게 팔린 <13계단>은 사형 제도를 파헤치며 인간의 죄의식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다룬 소설이다. 2023년 국내 출간한 소설집 <건널목의 유령>도 가난하고 이름 없는 여성의 살인사건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검사나 판사, 자신들에게 불리한 법률은 절대로 제정하지 않는 일본 의원 등에 대한 비판을 녹였다.

작가는 자신을 사회파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스토리가 재미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겠다고 생각해서 작품을 쓰지는 않는다”면서도 “일단 사회문제를 다루겠다고 정하면 그때부터는 전력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글쓰기를 위한 자료 조사는 문헌을 중심으로 철저히 한다. 장편이라면 최소 20권이 넘는 책을 본다. 가장 많았던 때는 상자로 7개 분량의 자료를 본 경우”라고 했다. 책을 보고도 이해가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가 만난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아서 코난 도일이라고 했다. 국내 작품으로는 최근 조예은의 <러브 칵테일 좀비>를 읽었는데 “새로운 이야기 전개가 인상적이었고, 영화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순수한 소설로 기능해 좋았다”고 했다.

간담회 내내 그는 ‘재미’를 강조했다. 이번 신간의 공통된 주제를 묻는 질문에도 “스토리에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만 추구했다. 정말로 그것뿐”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도덕적인 이야기나 훌륭한 이야기로 전향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나는 계속해서 재미를 추구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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