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에 뜬 오바마…흑인 남성 향해 “해리스에 투표하라”

2024-10-11

“여러분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두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다른 이유를 내세우려 하는 것 같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가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원 유세에서 해리스 지지에 미온적인 흑인 남성층을 향해 “여러분은 온갖 이유와 핑계를 대며 해리스 지지를 주저하지만 저는 거기에 이의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출신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권 이슈를 앞세워 여성 유권자층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돼 온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 남성 유권자들의 결집도가 이전보다 느슨해졌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제조업 노동자를 겨냥한 집중 공격에 마음을 돌리는 경우도 늘면서 해리스 대선 캠프에서 비상이 켜진 상황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남성 대통령인 오바마는 여기에 문제의식을 표하며 흑인 남성들을 향해 ‘해리스에게 투표하라’는 직접적이고 명료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여러분 비하한 사람 지지할 건가”

이날 유세에 앞서 캠페인 현장 사무소에 예고 없이 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흑인 남성 유권자를 거론하며 “캠프 보고에 따르면 내가 출마했을 때와 같은 에너지와 투표율이 아직 우리 지역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며 “남성 유권자들에게서 더 두드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삶에서 여성은 항상 우리의 뒤를 받쳐주고 있다”며 “그런데 지금 여러분은 자신을 비하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힘의 표시라고 생각해 가만히 있는 것인가. 여성을 비하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인종 차별적 발언으로 비판받아온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흑인 남성 유권자에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이었다.

오바마는 트럼프를 두고서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만 끊임없이 불평하는 78세의 억만장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소파에서 일어나 투표하라. 휴대폰을 내려놓고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현장 참석자들은 큰 목소리로 “투표하자(Vote)”고 외쳤다.

미국의 민주 진보 진영 내 영향력이 가장 크고 뛰어난 대중 연설 능력이 강점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5일 대선일까지 핵심 경합주 중심의 지원 유세에 나서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20년 정치 동지’인 오바마의 지원사격은 청년층과 유색 인종 등 지지층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해리스 대선 캠프는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 여론조사 전문가 코넬 벨처는 “오바마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무기이며 마지막에 가장 큰 무기를 써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또 하나의 우군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오는 12~13일 경합주 조지아를 방문한 뒤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스투어를 벌이며 유권자와의 접촉면을 넓혀갈 계획이다.

해리스, 7대 경합주서 1승 2무 4패

해리스 부통령은 최근 경합주 승부에서 다소 고전하는 흐름이다. 더힐ㆍ에머슨대가 5~8일 실시해 10일 공개한 7대 경합주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는 네바다에서만 1%포인트 차로 트럼프를 앞섰으며 애리조나(2%포인트 차)와 펜실베이니아ㆍ노스캐롤라이나ㆍ조지아(이상 1%포인트 차)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ㆍ위스콘신에서는 둘이 동률이었다.

둘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3승 1무 3패였다가 9월 조사 때 트럼프가 4승 1무 2패로 살짝 앞서가더니 이번 10월 조사에서 4승 2무 1패로 다시 조금 앞서가는 양상이다.

다만 전국 단위 조사에서는 해리스의 박빙 우세 구도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코노미스트지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가 지난 6~7일 벌인 전국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47%로 트럼프(44%)를 3%포인트 앞섰다.

오바마가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를 도는 동안 해리스는 남부 경합주인 네바다와 애리조나 표심 공략에 나섰다. 해리스는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허리케인 헐린과 밀턴에 대한 바이든ㆍ해리스 행정부의 대응을 질타한 트럼프를 겨냥해 “지금은 정치를 할 시기가 아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지도자가 존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장점 3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미소를 지은 뒤 “그는 가족을 사랑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를 정말 잘 모른다”며 답변을 흐렸다.

트럼프 “멕시코산 中자동차에 1000% 관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중 하나인 미시간을 돌며 노동자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트럼프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이코노믹 클럽 연설을 통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거대한 공장을 세우고 있다. 그들은 이 차량을 미국에 모두 판매하려고 하며 이는 여러분의 미시간주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할 것”이라며 “내가 (재선하면) 100%나 200%, 1000% 등 필요한 관세를 얼마든지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취임과 동시에 미국ㆍ멕시코ㆍ캐나다 간 무역협정인 USMCA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현행 USMCA에서는 일정 요건 충족 시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에 무관세를 보장하기 때문에 자신이 당선될 경우 USMCA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며 “나는 그와 잘 지냈다”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그것(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미 대선이 이날로 26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국민 사이에선 대선 불복 논란에 대한 우려의 분위기도 읽힌다. 퓨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가 승복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24%만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74%에 달했다. 거꾸로 트럼프 당선 시 해리스가 받아들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2%가 ‘그렇다’고 했고,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2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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