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새로운 경험·재미 접목…젊은층 사로잡자”

2024-11-07

‘밥솥보다 즉석밥과 더 친숙한 세대.’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비롯한 젊은 소비자들이 ‘쌀밥’에 접근하는 방식이 급속히 바뀌며, 쌀 판촉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즉석밥처럼 편의성은 물론 기능성까지 갖춘 식품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듯 소비자를 중심에 둔 쌀 생산·유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통계를 보면 MZ세대들이 쌀밥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확연한 변화가 드러난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 1∼10월, 20∼30대 소비자들의 ‘냉동 간편조리식품’ 관련 검색어 1위는 즉석밥 브랜드 ‘햇반’이었다. 그 뒤로 다이어트 도시락, 사과떡볶이, 샐러드, 냉동도시락 등이 이어졌는데, 이는 MZ세대도 여러 식품 중 ‘밥’에 대한 관심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만 밥에도 ‘건강’ ‘편의성’ ‘특별한 맛’이 있어야 했다. 같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검색어를 ‘즉석밥’으로 뒀을 때 ‘현미밥’(2위), ‘닭가슴살볶음밥’(3위), ‘햇반작은공기’(6위), ‘햇반현미밥’(12위), ‘주먹밥’(14위), ‘곤약밥’(17위)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마찬가지로 ‘쌀’ 관련 검색에서는 ‘쌀 20㎏’이 최상위였지만, ‘수향미’(2위), ‘백진주쌀’(6위), ‘현미’(8위), ‘카무트’(9위), ‘파로’(10위) 등이 상위권에 고루 포진됐다. 파로는 고대 밀 품종의 하나로 최근 대중매체에서 건강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흐름을 두고 학계·산업계는 쌀과 밥 소비 확대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6일 농협미래전략연구소가 개최한 ‘쌀의 가치 재발견, 쌀의 효능과 올바른 인식’ 심포지엄에서 쌀 편집숍 ‘동네정미소’를 운영하는 김동규 대표는 “MZ세대를 두고 ‘밥솥보다 즉석밥과 친한 세대’라고 표현한다”며 “재미를 따라 움직이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쌀도 커피와 와인처럼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네정미소는 성격유형검사(MBTI)별 쌀 품종 패키지, 개인 취향별 쌀 추천, 캠핑용 캔 쌀 세트 판매 등으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 러너들을 위한 쌀, 치매환자를 위한 쌀 등 맞춤형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쌀 푸드테크’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이기원 서울대학교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흔히 국산 쌀의 원가 경쟁력 문제를 말하지만, 문화적 요소가 있거나 관심거리가 되면 소비자는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구입한다”며 “영하 45℃ 급속냉동 기술을 활용해 수출까지 하는 ‘냉동김밥’처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쌀 가공제품으로 소비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품업체 풀무원은 2022년부터 개인 생애, 생활주기 맞춤 식단 서비스인 ‘디자인밀’을 출시했다.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인 쌀을 중심으로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는 것이다. 개인별 영양을 진단으로 ‘현미수수밥 식단’ ‘귀리보리밥 식단’ 등을 제안, 구독서비스를 결합했다.

국산 쌀을 활용해 신세계푸드가 개발 중인 기능성 대체유, 깨진 쌀을 활용한 CJ제일제당의 ‘쌀칩’도 기술 혁신이 결합된 사례로 꼽힌다.

김훈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최근 식품의 메가 트렌드는 맛·건강·안전성·편리성인데, 이 요인들이 쌀 소비감소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자”라며 “이 요인들을 보완한 쌀 품종·제품으로 쌀 소비감소율을 완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해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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