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자업계가 최근 해상운임 급락세에 미소를 짓고 있다. 글로벌 해상 물류비를 가늠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전자업계의 원가 부담이 크게 완화된 모습이다.
24일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이달 15일 해상운임은 1460.19포인트(p)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5.5% 떨어진 수준이자, 9주 연속 하락한 수치다. SCFI는 올해 초 2500선대에서 출발해 줄곧 등락세를 보이다가 지난 6월부터 하락 전환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항에서 주요 노선으로 가는 운임들을 평균 낸 지수로, 지난 2009년부터 집계를 시작했다. 집계 이래 올해 현재까지 기록한 역대 최고치는 2023년 1월(5109.6p)이며, 최저치는 2016년 3월(400p)이었다. 올해 기준 최고치는 1월 3일(2505.17p), 최저치는 3월 13일(1319.34p)로 나타났다.
이번 하락세는 미국의 보호관세 여파와 공급과잉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해상운임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홍해 사태 여파로 3000선대를 웃돌며 높은 수준을 자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기 대규모로 발주된 신조 선박들이 잇따라 인도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여기에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부과로 물동량이 위축되면서 운임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운임 하락에 따라 전자업계는 미소를 짓는 모습이다. 통상 TV나 가전처럼 부피가 크고 해상운송 의존도가 높은 제품은 물류비 비중이 큰 편이기 때문에 운임이 떨어지면 수출 단가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관세 부담과 환율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 운송비 절감은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 지난해 해상운임이 급등했던 시기 국내 대표 가전업계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물류비도 덩달아 증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물류비는 전년 대비 71.9% 늘어난 2조9602억원, LG전자는 1년 전보다 16.7% 늘어난 3조1110억원으로 집계됐다.
LG전자도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해상운임 급등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전장, 냉난방공조 사업은 대미 보편관세 및 철강, 알루미늄 파생관세와 물류비 등 비용 증가분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운임 하락에 따른 수익성 개선을 예측했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는 작년 하반기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줬던 물류비 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며 "매출 확보와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운영을 통해 건전한 수익 구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상운임은 내년까지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은 늘어나는데 물동량은 활발하지 않다보니 운임은 당분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