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 공동 제안서를 제출하며 K-방산의 첫 번째 ‘원 팀(One Team)’ 작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미 양사가 각각 입찰에 참여한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도 원 팀의 시너지 효과를 통한 막판 뒤집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7일 방산업계와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지난 3월 초 캐나다 정부에 미요청 제안서(unsolicited proposal)를 제출했다. 여기엔 두 회사가 200억∼240억 달러(27조7400억원~33조2900억원) 규모로 2035년까지 첫 잠수함 4척을 인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캐나다 국내에 정비시설을 건설하고 캐나다인을 직원으로 채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미요청 제안서는 한국산 잠수함의 주요 제원과 예상 인도시기, 부대조건 등 정보를 사전에 설명·제안하는 문서로 공식적인 입찰 제안요청서(RFP)와는 다르다. 캐나다는 3000t급 잠수함 8~12척을 도입하는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을 진행 중이다. 구체적인 사업 일정이 확정되진 않은 상태로 공식 입찰은 빨라야 내년쯤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K-방산 원 팀의 경쟁국으로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이 꼽힌다.
이번 공동 제안서는 방위사업청의 중재에 따른 첫 번째 성과다. 방사청 관계자는 “해외 수주전에 국내 경쟁 업체가 원 팀으로 참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방사청은 지난 2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과 함정 수출사업 원 팀 구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형 차세대구축함(KDDX) 사업 수주를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해묵은 갈등이 해외 함정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방사청이 직접 나섰던 것이다.
실제 양사가 KDDX를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이는 사이 한국은 일본, 독일에 밀려 호주의 ‘SEA 5000 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호주가 호위함 11척을 구매한다며 우리 돈 10조원에 가까운 111억 호주달러를 책정한 사업이었다. 방산업계에선 소송전까지 불사한 양사의 분쟁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캐나다 잠수함 공동 제안서 제출을 계기로 원 팀 협력 구도가 형성된 만큼 막바지에 접어든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도 공동 전선을 형성할 경우 막판 역전극을 이룰지도 관심이다. ‘오르카 프로젝트’로 불리는 해당 사업의 규모는 3조원에 달하는 3000t급 잠수함 3척과 유지·보수·정비(MRO) 사업까지 모두 8조원으로 추산된다.
양사는 해당 수주전에 2023년 11월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제출하며 각각 참여했다. 사업은 올해 상반기 우선협상대상자 공고를 앞두고 있다. 업계에선 독일 업체가 현재로선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원 팀을 이뤄 납기 단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적극 강조하는 등 막판 판세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한국 업체가 폴란드 측에 추가 제안을 보냈다”며 “여기엔 양사가 협력해 납기 시기를 1~2년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