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100세의 행복

올해 98세 노인의 손목엔 파스와 보호대가 단단히 감겨 있었다. 시대를 이끌던 영웅도 세월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걸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손목은 왜 그러세요? 넘어지셨어요?”
“아니, 골프 치느라 많이 써서 평소에 아끼는 거야.” 60년 전 시작한 골프는 지금이 몰입감 절정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 단련을 하고, 더 잘 치기 위해 스쿼트 등 보강 운동까지 한단다.
노인에 대한 편견을 뒤흔드는 주인공, 그의 원래 무대는 하늘이었다. 김두만(98) 전 공군참모총장을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만났다.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 최초로 100회 출격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파일럿이자, 공군의 살아 있는 역사다.
한창 골프 이야기에 열을 올리던 그에게 최근 ‘이글(Eagle·기준타수보다 2타수 적게 쳐 공을 홀에 넣었을 때)’을 기록한 권노갑(95) 김대중재단 이사장 얘길 꺼냈더니, 이렇게 받아쳤다.
“그이도 대단하지만, 내가 세 살 위잖아.” 나이도 실력도 자신 있다는 의미다.

그의 건장함은 2만 관객 앞에서도 당당했다. 지난 현충일 잠실야구장에서 KBO리그 시구자로 나선 그는 꼿꼿한 자세와 힘 있는 투구로 눈길을 사로잡은 바 있다. 10년 전까지 전투기에 오른 ‘하늘의 영웅’다웠다.
전쟁터의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장군은 뜻밖에도 80대에 폐병으로 죽음 직전까지 몰렸다. 일어날 힘은 물론 말 그대로 밥숟가락 하나 들 수도 없었다.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은 얘기다.

장군을 살린 건 ‘오트밀’이었다. 이때부터 10년째 오트밀과 치즈 등이 담긴 특별한 조리법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고 했다. 건강 비결이 담긴 황금 레시피는 물론 매일 무조건 지킨다는 운동 루틴(routine)도 입수했다.
〈100세의 행복〉 18화는 김두만 장군이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전쟁과 병마를 이겨낸 인생 비법서다. 맨손으로 폭탄을 던지며 북한군과 맞섰던 전쟁 영웅이 이제는 노년의 일상을 단련하는 루틴과 철학을 보여준다.
그 비법서의 첫 장부터 이미 한 편의 드라마다.
목차
📌가미카제 직전 살아남다, 첫 번째 기적
📌“전부 버려라” 김두만 정신, 삶에 적용법
📌‘장군님 살린 밥상’에는 오트밀과 레몬즙
📌스쿼트는 기본…골프 위해 하는 운동
📌88세에 전투기, 노병은 지금도 날고 싶다
※지난 이야기 복습하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안 먹으면 죽어요” 버럭했다…이어령 아내, 92세 강인숙 후회
②호주서 새 여친과 사랑 빠졌다…‘105세 여행가’ 놀라운 치유
③92세 노인, 3D카메라 들었다…충무로 전설 ‘김일성 사진가’ 아들
가미카제 직전 살아남다, 첫 번째 기적

김두만이 일본에서 ‘소년 비행병’에 지원한 것은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 때문이었다.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읜 김두만은 일본에 있는 작은아버지 집에 얹혀살았다.
일본 비행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 조교들은 이렇게 반겼다. “야, 소모품 왔구나.”
조종사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 소년이 환영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건 2년 뒤였다. 조교들이 소모품들에게 술과 담배를 쥐여주곤 말했다. “이제 죽으러 갈 테니 하고 싶은 거 다 해 보라.”
열여덟 소년이 마주한 현실은 잔혹했다. 그의 임무는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