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히고, 임금 덜 주고…"하청노동자, 정당한 대우 못받아"

2024-09-22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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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대다수가 현재 한국 사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8월 1일부터 9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다단계 하청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진행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한국사회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85.4%였다. 또 원청회사와 하청회사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83.9%였고, 원청회사의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83.1%에 달했다.

실제로 하청 노동자들이 겪는 부당한 상황들을 보면 △성과금을 절반만 받거나 △원청회사 정직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원청회사가 하청회사 인사에 관여하는 등 각종 부조리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도급이나 용역과 같은 하청 노동자들이 그대로 일하지만 원청회사에서 하청업체만 바꿔 하청 노동자의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거나 근로조건을 승계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과 관련해 직장인 66.2%는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답했고, 21.4%는 '원청회사가 하청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 없다는 응답은 12.4%에 그쳤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절반에 가까운 43.8%였다. 이어 '재벌·대기업'(26.4%), '국회·정치권'(13.4%) 순이었다. 반면 정규직 노동자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응답은 5.9%, 노동조합 탓이라는 응답은 6.6%였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정부나 일부 언론의 주장과 달리 노동시장 양극화가 잘못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방치하는 정부와 비정규직 사용으로 직접 이득을 보면서 이익을 노동자와 나누지 않는 기업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직장갑질119 김현근 노무사는 "우리 사회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는 일종의 신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법원이 제시한 불법파견 징표를 하나하나 충족했는지를 놓고 다투는 절차는 아리셀, 한화오션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참사 앞에서 무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열악한 근로조건과 일상적 차별을 넘어 이제는 생명까지 위협하는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파견법 위반을 제대로 단속할 뿐만 아니라, 원청에게 외부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과정 및 결과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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