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축구 축제인 2024 아세안 미쓰비시일렉트릭컵(이하 미쓰비시컵)에서 한국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펼쳐진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이 우승을 놓고 뜨거운 한 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동남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2024 미쓰비시컵은 오는 8일부터 내달 5일까지 약 한 달에 걸쳐 동남아 전역에서 열린다.
미쓰비시컵은 아세안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이 지역 최고 권위 대회다. 동남아는 축구 실력은 동아시아보다 떨어지지만, 축구 인기는 동아시아 못지 않다. 특히 동남아 대부분 국가가 월드컵은 물론 아시안컵 무대를 밟기도 힘든 약체들이 많기에 2년에 한 번 열리는 미쓰비시컵에 쏠리는 동남아 팬들의 열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크다.
특히 2018년 대회 때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 대회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박 감독을 필두로 한국 지도자들의 동남아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관심도가 더 높아졌다.
올해 대회에 참가하는 한국인 지도자는 신 감독과 김 감독, 그리고 라오스를 이끄는 하혁준 감독의 3명이다.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 수원 삼성 피지컬 코치 등을 역임한 하 감독은 지난 8월부터 라오스를 이끌고 있는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86위에 불과한 약체인 라오스가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은 낮다. 결국 신 감독과 김 감독에게 포커스가 집중된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열린 2021년 대회와 2022년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인 신 감독은 2021년 대회에서는 태국에 패해 준우승했고, 2022년 대회에서는 준결승에서 박 감독의 베트남에 패했다. 세 번째 도전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6일부터 발리에서 훈련하며 칼을 갈고 있다.
신 감독은 저스틴 허브너, 마르셀리노 페르디난, 라파엘 스트라위크 등 23세 이하(U-23) 선수들 위주로 명단을 꾸렸지만, 애초 A대표팀의 주축 또한 이들 어린 선수들이라 전력이 A대표팀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 올려놓고 지난달에는 강호 사우디아라비아를 꺾는 등 확실하게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설령 이 대회에서 우승을 못한다고 하더라도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 감독은 상황이 반대다. 올해 5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김 감독은 이후 A매치 5경기에서 1승1무3패에 그쳤다. 아직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트남축구협회는 이번 대회의 목표를 ‘준우승 이상’이라고 했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경질 여론이 불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같은 B조에 묶였다. 오는 15일 오후 10시 베트남 비엣트리의 푸토 경기장에서 맞대결을 갖는다. 10개 팀이 두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러 각 조 1~2위 팀이 4강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팀을 가리는 가운데, B조에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매우 유력한 4강 진출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1위를 해야 A조 최강이자 직전 두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태국을 4강에서 피할 수 있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처절한 승부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