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역대 기상 관측치를 다 뛰어넘은 폭염과 극한 호우는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옆에 와 있음을 실감케 했다. 홍수로 인한 피해뿐만 아니라, 농작물 작황 악화로 인한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야외 근로자들과 기후 취약계층의 건강에 이르기까지 기후는 우리 일상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탄소를 많이 사용해 생산된 제품에 대해 이른바 탄소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진국들의 움직임은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11월 11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12개 관계부처가 원팀으로 참여했다.
이번 총회에서 각국은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했다.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과 국제 탄소시장의 운영규칙이 주된 협상의제였다.
특히 기후재원 조성 의무국가에 우리나라와 중국, 산유국 등을 포함하여 그 범위를 확대하자는 선진국의 주장과 기후변화에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이 더 많은 기후재원을 부담해야 한다는 개도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대표단은 우리가 의무국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OECD 집계에 따르면,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기후 분야 ODA 사업 규모를 2018년 약 3억 달러에서 2022년 21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해왔다.
이번 총회기간 내내 선-개도국 간 입장 차가 컸으나, 진통 끝에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를 설정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뢰와 협력을 이어가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라 평가한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발적 공여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대표단은 총회 기간 중 우리 기업의 수소 등 녹색에너지 해외 협력기회 마련과 이번 주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타결을 위한 회의의 협조 요청에도 집중했다. 그리고 우리의 선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시스템을 개도국과 공유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적기에 대비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지속가능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우리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노력이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다. 기후변화는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 기후가 더 변하기 전에 우리가 변해야 할 때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