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원전(원자력 발전)과 전력기기, 광물제련 기업도 한·미 제조업 협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조선·반도체·자동차 분야 국내 대표 제조기업과 함께 관세 협상 타결의 조력자였다.
25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양국 기업 간 업무 양해각서(MOU) 11건 중 4건이 원전 관련 프로젝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원 팀’으로 뛰는 두산에너빌리티가 아마존웹서비스(AWS), 엑스-에너지(X-energy)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설계→건설→운영→공급망 구축→투자→시장확대까지 전 주기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 대표 성과다.
4개사는 AWS가 7억 달러를 투자한 5기가와트(GW) 규모 SMR 상용화 추진 과정에서 협력을 약속했다. AWS는 2039년까지 짓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 공급에 SMR을 활용할 예정이다. SMR은 미국 원전 확대 정책의 핵심 장비다. 아마존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등 빅테크도 SMR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원자로와 터빈 등 원전 핵심 기자재를 만드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미국 에너지 개발사(디벨로퍼)인 페르미 아메리카와도 원전·SMR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주에 대형 원전 4기(총 4GW 규모), SMR, 가스복합발전, 태양광, 대규모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등을 결합한 ‘AI 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만들 합작사(JV)가 원전 사업을 ‘실행’하는 단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양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SMR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돼 뜻깊다”며 “협약이 양국 에너지 산업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두산의 검증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자은 회장이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LS는 해저케이블, 전력기기, 권선(捲線·전선 코일) 등 전력망 인프라 전반에 걸쳐 2030년까지 30억 달러(약 4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하기로 했다. LS전선 자회사인 LS그린링크는 지난 4월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에 현지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제조 공장을 착공했다.
경제사절단에 제련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된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고려아연이 울산에 2027년까지 짓는 공장에서 만든 고순도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하기로 했다. 게르마늄은 야간 투시경, 열화상 장비, 인공위성 태양전지판 등 방산과 우주산업에서 활용하는 소재다. 중국이 세계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핵심 광물 분야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