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명함앱 리멤버, 돈은 어떻게 버나?

2024-10-16

450만 회원, 그간 리멤버가 모아온 명함의 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명함 관리앱으로 알려진 리멤버는 좀 신기한 회사다. 이 회사가 창업했던 2013년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명함을 실물 명함첩에 끼워서 관리하던 때였다. 휴대폰 주소록에도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수기로 옮겨야 했더랬다. 리멤버는 그 귀찮은 작업을 공짜로 대신 해주겠다고 했다. 명함 사진을 찍어서 앱에다 올리면 디지털 명함첩을 만들어주는 형식이었다. 일반 이용자들이 돈을 내는 일은 없었고, 오히려 리멤버가 내부에서 타이피스트를 고용, 수기로 내가 받아온 명함을 대신 입력해서 내 온라인 명함첩에 올려줬다.

리멤버 회원 수는 꾸준히 늘었다. 지금은 누적 등록 명함 수를 공개하지 않지만, 2022년에 공개한 데이터에서는 그 수가 3억장을 넘겼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 중 명함 관리에 리멤버를 안 쓰는 이는 드물었는데, 그걸 보면서도 늘 궁금했던 것은 이 회사가 뭘 먹고 살까였다. 창업 후 대략 7년 정도를 별다른 수익 모델 없이 데이터와 회원 수를 확보하는데만 공을 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들이 돈을 벌려고 뭔갈 하는구나 느끼게 한 건 2019년 즈음이었다. 채용 솔루션인 ‘리멤버 커리어’를 발표한 때다.

그리고 16일. 이 회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최재호 리멤버앤컴퍼니 대표가 공개한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이 회사의 누적 매출은 500억원.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금액인데 최 대표는 “월별로는 이미 흑자 전환 했고, 올해는 연간 흑자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었고, 그 돈 버는 시스템이 이제 어느정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두 축, ‘채용’과 ‘세일즈&마케팅’

간담회의 목적은 리멤버가 “우리도 먹고 사는 문제는 풀었고, 앞으로 더 돈 잘 벌 자신 있다”는 메시지 전달이다. 리멤버가 지금 돈 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1) 채용 솔루션과 2) 세일즈&마케팅이다. 리멤버가 판단한 ‘기업이 느끼는 페인 포인트(pain point)’이며, 그간 구축한 명함 데이터로 해결점을 제시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먼저 채용 솔루션.

신입은 몰라도, 명함을 한 장이라도 만들어 본 경력직 확보라면 리멤버 만큼 유리한 곳은 없긴 하다. 이미 수많은 채용 사이트가 있으나 이들은 구직자를 모으기 위한 구애 활동을 펼쳐야 한다. 리멤버는 아직 이직하지 않았으나, 언제든 이직할 가능성이 있는 경력직들이 이미 대거 모여 있다.

리멤버가 자사 채용 솔루션의 성장이 커질 것이라 예측하는 근거는 채용 트렌드의 변화다. 기업들이 신입 공채에서 ‘경력직 수시 채용’으로 구인의 방향성을 틀어가고 있다고 봤다. 기업 입장에선 “어디서 어떻게 일 잘 하는 사람들을 뽑아올까”에 고민할 수밖에 없다.

최재호 대표는 “리멤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력직 인재의 85%는 현재 잡 서치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채용 공고를 올린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인재를 찾기 위해선 기업이 먼저 다가가야 하고, 그 방법을 리멤버가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리멤버 플랫폼을 통한 스카우트 제안이다. 최 대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 700만건의 스카우트 제안이 리멤버 안에서 오갔다. 과거에는 채용 공고를 내고 구직자의 지원을 기업이 기다렸다면, 이제는 리멤버 안의 경력직 풀을 바탕으로 원하는 인재에 먼저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내부적으로는 300명의 헤드헌터를 고용, 운영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과거 인사팀이 오프라인으로 헤드헌팅 업체와 계약, 통상 3주에 걸쳐 받았던 인재 추천을 사흘 정도 안에 받아 볼 수 있도록 채용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버렸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인재 데이터 베이스에 AI 기술력을 결합, 각 기업 인사팀이 원하는 인재에 대한 직무기술서를 써서 올리면 그에 맞는 프로필을 빠르게 검색한 후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그간 헤드헌팅을 했던 방식이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면서 “리멤버가 하고자 하는 게임은 헤드헌팅 시장을 완전히 디지털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함 입력이라는 업무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져왔다면, 그 경험을 헤드헌팅 시장에도 적용하겠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이 회사가 최근 내놓은 ‘프리미엄 채용 공고’다. 홍보 타이틀을 “상위 30% 인재들을 위한 채용 플랫폼”이라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력직 상위 30%의 평균 연봉이 5000만원 정도에 형성되어 있는데, 그 이상, 억대 연봉 포지션을 모아 놓은 채용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여기에 능력있는 경력직이 모여있다”는 브랜딩을 하고 있다.

현재의 캐시카우인 채용 솔루션 외에 향후 리멤버가 더 많은 투자를 쏟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세일즈&마케팅’이다.

기업이 가장 고심하는 부분은 “어떻게 고객과 만날 것인가”다. 이 부분에서 리멤버는 기존의 명함 데이터를 알뜰히 써먹는다. 리멤버 회원이 가진 속성을 활용한 타깃 영업을 ‘세일즈&마케팅’에 녹였다.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고, 기업이 타기팅하는 핵심 마케팅 군을 선별해 제공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장 니즈를 파악하기 위한 ‘전현직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다. 기업이 잠재고객을 파악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솔루션이다. 최 대표가 설문조사를 실시할 수 있는 범위의 예를 들었는데 “매출 100억원 이상하는 기업의 CEO 1000명”이라든지, “상장사 CFO 500명 대상”이나 “대형병원에 재직하고 있는 의사” 등, 산업군과 직군을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 접점을 가지고 시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공하고, 또 바로 이러한 직군들을 대상으로 타깃 홍보할 수 있는 솔루션도 공급한다고 밝혔다.

최재호 대표는 “지금 당장은 채용 사업으로 벌고 있는 매출이 더 크지만, 결코 세일즈&마케팅 솔루션의 잠재력이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리멤버가 공략할 수 있는 잠재 시장의 규모가 채용 보다는 세일즈&마케팅이 훨씬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감의 근거로는 “과거에는 리멤버가 가진 속성이 기업이 원하는 고객 접점을 만들어주고 고객을 발굴하는 데 접점이 없었으나, 이제는 (그것이 가능해져 사업의) 시동을 걸었으니 향후에는 결코 채용보다 작은 시장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멤버앤컴퍼니로 사명 변경

이날 리멤버는 하나의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는데, 사명 변경이다. 의외로 리멤버 회사 이름은 리멤버가 아니다. 드라마앤컴퍼니다. 11년간 유지해왔던 사명을 이날 바꿨다. 핵심 서비스인 리멤버를 회사 이름에 담아 ‘리멤버앤컴퍼니’를 새 이름 삼았다. 이제 리멤버로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겠단 것이고, 서비스명과 회사명을 하나로 일치시켜서 브랜딩도 제고하겠단 판단이다.

최재호 대표는 “리멤버의 서비스와 시장 혁신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고객 중심 회사로서의 지향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의미로 리멤버라는 서비스명을 전면 배치했다”면서 “리멤버는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팀에, 필요한 기회들을 계속 연결하는 일을 추구하는 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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