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회, 동성결혼 합헌 판결 폐기 촉구

2025-06-17

"예언자적 소수 입장" 연례 총회 결의안

결혼은 남자·여자 결합 법적 인정 요구

'목사·장로 남성에 한정' 헌법 명시 부결

포르노 금지·스포츠 도박 제한 결의안도

최대 개신교 교단인 남침례회(SBC)가 지난 10일 댈러스에서 열린 연례 총회에서 동성결혼 반대와 함께 2015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 폐기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통한 도덕적 명료성 회복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의문은 "하나님의 결혼 및 가족 설계에 반하는 법률과 판결, 특히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오버게펠 판결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결의안은 단순히 동성결혼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문화적 이슈에 대해 남침례회의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할 것 ▶생물학적 성별을 기준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것 ▶아동을 성적 착취로부터 보호할 것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부모의 권리를 강화할 것 ▶가족 형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지지할 것 ▶스포츠 경기에서 공정성과 안전을 보장할 것 등을 요구했다.

결의안에는 또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낙태 반대 의료 제공자들에게 재정이 돌아가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결의안은 2015년 연방대법원이 5대 4로 "헌법은 동성 커플이 이성 커플과 동일한 조건으로 결혼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는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린 지 10주년을 앞두고 나왔다.

남침례회 결의안위원회의 앤드루 워커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보수 진영 안에서도 결혼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싸우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워커 위원장은 "이번 결의안은 남침례회가 이 문제에 있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의안을 작성한 켄터키의 남침례회 신학교 소속 윤리학자 앤드루 워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논의를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혀 공적 논의의 장에서 가족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남침례회 남성.여성 성역할 위원회 데니 버크 위원장은 "우리가 문화적으로 소수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예언자적 소수로서 입장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침례회의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최대 개신교 교단의 공식 입장인 만큼 입법과 여론 전환 시도로 해석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농담 섞어 언급하며 "우리는 종교를 다시 미국에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어 연방과 주 의회의 입법과 법원의 법리 대응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성 목사를 둔 교회의 교단 가입을 금지하려던 헌법 개정안은 부결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 12일 진행된 대의원 투표에서 61%의 찬성표를 얻었으나 통과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의 지지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경에 따라 자격 있는 어떤 형태의 목사 또는 장로도 여성에게 확언하지도, 임명하지도, 고용하지도 않는다'는 내용을 SBC 헌법에 명문화하려 했다.

개정안 지지자들은 남성 목회 지도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신념을 강화하는 데 이 개정안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CNN에 따르면, 개정안 발의자인 버지니아 알링턴 침례교회 마이크 로 목사는 "우리 문화는 이러한 금지를 가혹하게 볼 수 있지만, 우리 하나님은 모든 면에서 지혜로우시며 남성과 여성 모두의 번영을 위해 이 말씀을 기록하셨다"고 말했다.

개정안 반대자들은 SBC가 이미 목회자 리더십에 대한 입장을 따르지 않는 교회에 대처할 충분한 내부 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샬럿 머시 교회의 스펜스 셸턴 목사는 "이 개정안은 불필요하다"며 "교단은 이미 기존의 절차를 이용해 여성 목사가 있는 교회들을 제명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교단의 공식 신앙 고백은 목사직이 남성에게만 한정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여성이 비선임 목회직을 맡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2023년에는 릭 워렌 목사의 새들백 교회가 여성을 선임 지도자로 임명했다는 이유로 SBC에서 제명됐다. 당시 SBC는 "남성과 여성 모두 교회에서 봉사할 은사를 받았지만, 목사직은 성경이 자격을 부여한 남성에게만 한정된다"는 교단의 신앙 고백을 제명 근거로 제시했다.

워렌 목사는 여성의 목회자 역할에 반대했던 과거 입장을 공개적으로 후회한 바 있다. 워렌 목사는 2023년 SBC 연례 총회에서 "모든 것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독교 여성들이여, 부디 저를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새들백 교회는 2021년 처음으로 여성 목사 3명을 안수했다. 워렌 목사는 이듬해 은퇴했고 앤디 우드 목사가 후임으로 부임한 뒤 우드 목사의 아내인 스테이시 우드가 교육 담당 목사로 임명됐다.

SBC 헌법을 개정하려면 두 번의 연례 총회에서 연속으로 수퍼다수(supermajority)로 불리는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목사직은 성경에 따라 남성에게만 허용한다는 신앙고백을 헌법에 명시해 제도적으로 확정하려는 개정안은 2023년 3분의 2의 찬성으로 예비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례 총회에서 수퍼다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고 다시 1차 표결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올해 다시 표결에 오른 개정안은 60%로 과반은 넘었지만 수퍼다수 요건에 미달해 예비 승인을 통과하지 못했다.

남성 목사와 장로만 인정하는 신앙고백이 헌법에 명시되면 교리 선언이 아니라 헌법적 규제로 바뀌기 때문에 여성 목회를 인정하는 교회는 자동으로 SBC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스턴의 트래비스 하트웰 대의원은 11일 본회의장에서 "이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매년 총회에서 여성 목사 문제를 놓고 논쟁해야 할 것"이라며 피로감을 보였다.

여성 목사 관련 논쟁은 2024년 인디애나폴리스 총회에서 일단락된 듯 보였으나, 이후 상황 변화로 논쟁은 다시 점화됐다. 올해 2월, 교단 행정위원회는 여성 목사를 고용한 사우스캐롤라이나 뉴스프링 교회에는 제명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반면,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한 교회는 교단의 입장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제명됐다. 논란이 일자 뉴스프링 교회는 자진해서 교단에서 탈퇴했다.

클린트 프레슬리 총회 의장은 반복되는 논쟁에 대해 "침례교인들이 토론을 하고 표결에서 지더라도 다음 해에 다시 돌아오는 것은 침례교의 위대함"이라며 이러한 논의 자체가 교단의 건강한 정치 구조라고 평가했다.

여성 리더십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남침례회가 서구권에서 여성에게 가장 가혹한 종교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베스 앨리슨 바 종교사학자는 "남침례회가 오늘 여성에 대해 내린 조치는 여성들에게 '너희는 남성 권위 아래에 있어야 하며, 다른 길은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SBC 산하 공공정책 기구인 '윤리와 종교자유 위원회(ERLC)' 폐지안 역시 대의원 56%의 반대표로 부결됐다. ERLC는 교단이 채택한 결의안에 따라 종교적 가치관을 공적 영역에서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환경과 이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현안에 대한 ERLC의 입장이 전통적인 보수 침례교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올해도 폐지안이 상정됐다.

브렌트 레더우드 ERLC 위원장은 폐지안 표결 전 대의원들에게 "ERLC를 없앤다는 것은 복음의 진리를 대변할 수 있는 공적 목소리를 잃는 것"이라며 "이는 세속적 세력이 종교를 공공 영역에서 몰아내려는 시도에 보상을 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레더우드 위원장은 지난해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발언으로 내부 반발이 일면서 일시적으로 해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총회에서는 또 "모든 매체에서 포르노그래피를 합법적으로 금지하라"는 내용을 담은 결의안도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궁극적으로는 포르노를 전국에서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스포츠 도박 제한 결의안도 채택됐으며 특히 젊은층과 도박 취약 계층을 겨냥한 광고 차단과 과세 강화와 같은 법률적 대응을 촉구했다.

남침례교회는 전국에 약 4만7000곳에 이르며 지난해 교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신도 수는 약 1300만 명이다.

안유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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