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교 무상교육 특례 연장, 대학 등록금 동결은 교육 포퓰리즘

2025-01-01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각 대학에 올해 등록금 동결을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그제 각 대학 총장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그간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인해 대학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내외 경기 동향, 학생·학부모 부담, 엄중한 시국 상황을 깊이 숙고한 결과 동결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009년 이후 17년째 이어지는 정부의 등록금 정책 기조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등록금 동결이 대학의 경쟁력을 더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국립대, 사립대 할 것 없이 대부분 대학이 재정난에 신음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들은 우수 교원 채용이 어려워지고, 시설이 노후화되는 등 교육 여건이 악화해 “더는 못 버티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지난해 11월 전국 4년제 사립대 총장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도 3분의 2는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거나 인상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올해 국가장학금 지원을 못 받더라도 등록금을 올리겠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겠나.

가뜩이나 한국의 대학 경쟁력은 세계 수준에 못 미친다. 2022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대학 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63개국 중 46위였다. 대학 연구실에서 고가의 엔비디아 칩을 살 형편이 안 돼 인공지능(AI) 연구를 못 할 정도라고 한다. 대학 실습실이 고교보다 못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수준 높은 강의와 연구를 기대할 수 있겠나. 대학이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는다면 국가의 장래도 암담해진다. 이제는 등록금 현실화를 고려할 때가 됐다.

고교 무상교육 경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특례가 3년 연장된 것도 문제다. 문재인정부 교육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은 2019년 도입 당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혜조항을 신설해 지난해까지 5년간 한시적으로 정부·교육청이 각 47.5%씩, 지자체가 5%를 부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기한을 3년 더 연장하는 법 개정안이 정부 반대에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부는 고교 등 학교 교육재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는 게 원칙이란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도교육청의 교육교부금이 넘쳐나는데도 나랏돈을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교육 포퓰리즘’은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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