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HVAC(냉난방공조) 시장을 놓고 정면 승부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을, LG전자는 노르웨이 OSO그룹을 각각 인수하며 AI 데이터센터 냉각과 히트펌프를 앞세운 '공조 빅딜'을 연이어 성사시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유럽 최대 공조기기 기업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지난 5월 14일 계약 체결 후 5개월 만에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7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이번 인수는 2017년 약 9조원 규모의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단행된 '빅딜'로 AI 시대 급성장 중인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그간 가정·상업용 시스템에어컨 등 개별 공조(덕트리스)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2014년 미국 시스템에어컨 유통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 지난해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의 합작법인 '삼성 레녹스 HVAC 노스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올해 플랙트를 품에 안으면서 개별 공조에서 데이터센터·대형 상업시설·병원용 '중앙 공조'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게 됐다. 플랙트는 공기냉각과 액체냉각을 모두 아우르는 정밀 냉각 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으로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도 참여 중이다.
또한 북미와 함께 유럽 공조 시장까지 양대 시장을 동시에 공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비스리아에 따르면 북미 HVAC 시장은 올해 약 32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에서 2034년 488억 달러(약 65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수요가 가장 높은 이 시장은 일본 다이킨, 중국 미디어·그리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LG전자·존슨콘트롤즈·캐리어·파나소닉 등이 추격 중인 구도다.
이에 삼성전자는 북미에 이어 유럽까지 투트랙 선점 전략을 세웠다. 현재 유럽연합은 지난해 최소 효율 기준 의무화와 함께 655억 달러 규모의 히트펌프 인센티브를 시행하는 등 HVAC 육성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기회를 놓칠새라 삼성전자는 유럽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주거용 히트펌프' 시장 공략을 위해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룰레오 공과대학, 로컬 시험소 등과 협업해 히트펌프 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HVAC 테스트 랩을 설립해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 한층 강력한 성능을 내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장 직무대행 노태문 사장은 "플랙트 인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공조 시장을 주도하며 고객들에게 혁신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플랙트의 기술력과 삼성전자의 AI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공조 시장에서 업계 선도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칠러, 히트펌프(전기 냉난방 시스템), 상업용 에어컨 등을 아우르는 종합 HVAC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노르웨이 OSO그룹의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특히 유럽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을 선보였다. OSO는 히트펌프나 보일러로 가열한 물을 저장하는 스테인리스 워터스토리지, 전기온수기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사우스 대표 지역인 인도에 '에이스냉동공조 인도법인'을 설립하며 신흥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LG전자는 현재 약 10조원 규모의 HVAC 사업을 2030년 2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기술 및 인력 강화(Build) △기후·지역별 제품 협력 확대(Borrow)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Buy) 등 '3B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HVAC사업부를 생활가전본부에서 ES(에코솔루션)사업본부로 분리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와 친환경 전환 기조로 HVAC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며 "글로벌 기업 중 AI 기술 역량에 최적화된 국내 양사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HVAC 시장 규모는 약 584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8년에는 61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HVAC 사업은 최근 5년간 매출액 기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는 30% 이상의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도 HVAC 성장세에 힘입어 ES사업본부가 올해 3분기 매출 2조1672억원, 영업이익 1329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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