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해싯 연준 의장설에 초긴장…美 국채시장 발작 우려도

2025-12-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유력 후보로 언급한 가운데 월가 대형은행을 비롯한 주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미 재무부에 상당한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요구에 따라 과도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미 국채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일각에선 2022년 영국 국채시장을 뒤흔든 이른바 ‘리즈 트러스 사태’가 미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가 대형은행 경영진과 자산운용사 관계자 등 채권시장 인사들은 11월 미 재무부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해싯 위원장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전달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을 대상으로 두 번째 면접을 진행하기 직전 실시된 의견 수립 과정에서 비관적인 견해를 표출한 것이다.

해싯 위원장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 행사에서 해싯 위원장을 가리켜 “아마 잠재적 연준 의장도 여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잠재적’”이라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그는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해싯 위원장 간 밀착 관계를 상당한 리스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을 맹비난하며 과감한 통화 정책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해싯 위원장이 연준 의장이 될 경우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도 무분별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걱정이 증폭되는 것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겹칠 경우 국채시장의 투매가 불가피하게 촉발될 것”이라며 “아무도 트러스 사태를 다시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2년 재정 기반 없는 감세안으로 영국 국채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리즈 트러스 사태’가 미국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해싯 위원장이 연준 구성원들 간의 정책 합의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FT는 “해싯을 둘러싼 월가의 의구심은 단순한 인사 논란을 넘어 트럼프의 새 의장 지명 과정 자체가 금융시장 전반에 긴장을 높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해싯 위원장은 세제 정책을 중심으로 경력을 쌓은 경제학자다. 그는 존 매케인, 조지 W 부시, 미트 롬니 등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 경제 자문을 맡았으며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역임했다. 과거 함께 일했던 직원들은 그를 야심 차고 추진력 있는 인물로 기억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배경과 성향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경고도 많다.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삼은 “해싯은 연준 의장직을 수행할 능력이 충분하지만 문제는 어떤 해싯이 등장하느냐에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참모 역할을 했던 해싯인지 아니면 독립적 경제학자인 해싯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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