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법무법인 결 파트너 변호사

몇 달 전, 30대 초반 남성이 사무실을 찾아왔다. 온라인 중고마켓을 통해 스마트폰을 사려다 사기를 당했다고 했다. 판매자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대화가 자연스러웠다고 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를 보내주었고, 택배는 바로 보낸다고 했다. 남성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87만원을 송금했다.
그날 저녁부터 판매자와의 연락이 끊겼고, 판매자의 게시글은 이미 삭제돼 있었다. 그제야 피해자는 판매자가 보내준 물품 사진이 도용된 것이었음을 알게 됐다. 경찰서에 신고했는데 상대 계좌주는 이미 수십 건의 사기 피해 이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사건은 전형적인 사기였다. 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이 사기 피해자라는 사실을 여전히 믿기 어려워했다. “말이 잘 통했고, 말투가 그냥…괜찮은 사람 같아서 믿었어요.” 라며.
중고거래 사기는 금액이 소액이라 비교적 간단한 사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해자의 정서적인 충격이 크다. 다른 사람보다 빨리 좋은 물건을 잘 찾았다는 성취감,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기까지 약간의 설렘이 담긴 기다림, 가끔은 이 남성처럼 중고거래를 통해서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작은 만족감, 이런 감정들이 한 번에 배신당하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사기에서 중요한 건 거래 자체가 아니라, 처음부터 물건을 보낼 의사가 있었는가다. 상대가 애초에 판매할 물건이 없었다면, ‘물건을 팔겠다는 말’ 자체가 허위 사실, 즉 ‘기망’이기에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된다.
중고거래 사기를 당한 경우, 물론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피해가 발생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를 상대로 대금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도 가능하다. 실질적으로 소송 등을 제기하기에는 피해 금액이 크지 않아 대부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 신고는 꼭 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가해자는 상습적이거나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범행을 저지르기 때문에 이미 신고접수 되어 수사 중인 경우가 많고, 이 경우는 본인의 처벌을 낮추기 위해서 여력이 되는 한 물건값을 갚고 합의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오히려 민사소송이나 배상명령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 돈을 받았다고 상처받은 마음이 모두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고거래 사기를 예방하는 몇 가지 방법도 있다. 먼저 직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고가의 전자제품이나 한정판 제품처럼 사기 위험이 높은 물품일수록 직접 판매자와 대면하여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물건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직접 만나서 현금을 받거나 모바일 뱅킹으로 현장에서 입금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최근에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과거 거래 이력과 후기를 확인하거나, 거래할 때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의 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일부 플랫폼에서는 사기 예측 기능까지 도입하고 있어 이를 잘 확인하는 것도 좋겠다.
모든 사기 피해가 그렇듯,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도 피해자는 감정을 잃고, 시간과 돈을 잃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믿는 마음을 잃는다.
거래는 숫자지만, 그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다. 피해자가 믿는 건 물건이 아니라, 말이었다.